▶ 살인누명 쓰고 4년간 옥살이 끝 무죄석방된 고형석씨
“아직 누군가가 문을 열어주지 않으며 밖으로 나갈 수가 없습니다. 아내와 딸 아이의 도움으로 일주일을 보냈습니다. 세상으로 나가기 위해서는 아직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아들을 죽였다는 억울한 누명을 쓰고 4년 가까이 감옥살이를 하다 지난 17일의 공판에서 배심원들의 무죄평결로 마침내 석방된 고형석씨는 그러나 아직 완전한 자유의 몸이 아닌 듯 했다.
흉악범만을 가둬둔다는 쿡카운티 교도소 디비전 10에 수감됐던 고씨는 “아직 자유가 많이 낯설다. 자유를 박탈당한 채 저지르지도 않은 범죄자 취급을 당하며 고통받은 시간이 너무 길었다. 56세에 감옥에 들어가 올해 60이다”라며 감옥에서의 힘들었던 세월에 대해 토로했다. 그는 “정확히 3년 8개월 동안 감옥에 있으면서 억울함과 함께 너무나 두렵고 겁이 났다. 살인죄로 감옥에 수감됐고 어떤 노력을 해도 영원히 감옥을 나갈 수 없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다. 그러나 정말 기적이 내게 일어났다”며 감격해 했다.
“나를 위해 긴 시간을 변호해준 변호인단과 나를 만난 적도 없는 많은 한인들의 기도와 도움 등 모든 것이 내겐 기적입니다. 아들을 잃었지만 너무나 고마운 많은 분들을 얻었습니다.”
고형석씨는 3천명이 넘게 동참해주신 구명운동, 다수의 기도회, 음악회 등 너무나도 감사드릴 일이 많다며 자신의 석방을 위해 힘써 준 모든 이에게 거듭 고마움을 전했다.
고씨는 “늘 꿈에서 그리던 가족의 품에 안기긴 했지만 아들 영보(폴) 생각에 슬픔이 가시질 않는다. 내가 두번째 비장수술을 받고 거의 가망이 없을 때 둘째이자 아들인 영보가 태어났다. 아기가 태어났다는 소식에 쓰러질 수 없다는 각오가 생겼고 결국 병상에서 일어났다. 그런 영보를 내가 죽였다니...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갇혀 장례식도 못 본 채 그렇게 사랑하는 아들을 가슴에 묻을 수밖에 없었다”고 비통해 했다. 이민 온 지 30년동안 그저 열심히 돈벌고 사느라 자식이 무엇을 하며 어떤 친구를 만나는지도 모르고 살아왔다면서 자식을 돌보는 시간을 좀 가지고 살았더라면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텐데라며 끝내 눈물을 보였다.
“이민 온 부모들이 자녀를 위한다는 생각에 무작정 열심히 일만 하고 돈을 벌고 있는데 이는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밖에서 일하는 동안 우리가 보지 못하는 아이들의 세계를 들여다 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한 그는 “나의 케이스를 계기로 영어가 서툰 이민 1세대들이 미국에서 어려움에 처했을 때 대처하는 방법에 대한 교육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고형석씨는 “어려움에 처한 우리 가정에 최고의 크리스마스 선물을 주신 하나님과 모든 한인 여러분들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장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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