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 겨울을 누워서 지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버려
염주처럼 윤나게 굴리던
독백도 끝이 나고
바람도 불지 않아
이 겨울 누워서 편하게 지냈다
저 들에선 벌거벗은 나무들이
추워 울어도
서로 서로 기대어 숲이 되어도
나는 무관해서
문 한 번 열지 않고
반추동물처럼 죽음만 꺼내 씹었다
나는 누워서 편히 지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버린
이 겨울
문정희 1(947-) ‘겨울 일기’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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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척이나 사랑하던 사람을 잃었나보다. 어머니일까, 연인일까. 사랑하는 사람을 잃 은 슬픔이 하 깊어 시인은 꽁꽁 얼어붙은 겨울의 자폐증을 앓는다. 소생을 염원하 던 기도도 끝나고 찬바람조차 불지 않으니 오직 무감각의 추위가 흐르고 있을 뿐. 죽음의 곁에 자리 펴고 함께 누우니 한계치를 넘은 절망은 차라리 무생처럼 편안 하였단다. 미동도 하지 않는 북극의 혹한처럼 망연자실한 이. 깊은 상실의 심연에서 사랑은 역설적으로 슬프고 아름답다.
<임혜신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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