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리사 리, 세월호 100일 맞아 시집 ‘미안하다 더 사랑해요’ 출간
▶ 고희 기념파티날에 참사 곧바로 현장으로 달려가, 먼저 아들 잃은 엄마 마음 위로·봉사…‘애통의 일기
“30년도 더 미국생활에 익숙한 내가/ 강남 고속터미널에서 급행버스로/ 진도 팽목항을 다녀온 후 안산으로/ 9번의 조문을 갔습니다./ 길이 낯설고/ 전철타기 서툰데/ 양재역에서 3호선 타고/ 교대에서 2호선 갈아타고/ 사당역에서 다시 4호선을 탔습니다./ 안산 고잔역에서 셔틀버스를 타고/ 올림픽 기념체육관으로 갔습니다./ 우리 아이들 따라/ 화랑 유원지로 옮겨간 합동분향소 따라/ 하늘도 땅도 슬퍼하는 그곳을/ 오늘도 찾아갔습니다./ 그곳에 없지만 그곳에 있는/ 우리 아가를 오늘도 찾아갔습니다./ 마음과 가슴으로 함께하고 싶어서 입니다.”
<조문일기>
작가 리사 리(이혜영)씨는 지난 4월 큰 기쁨과 기대를 안고 한국을 찾았다. 새로 낸 수필집 ‘아픔이 향기가 되어’의 출판기념회를 친척 친지들이 나서서 그녀의 고희 기념파티로 크게 준비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바로 그때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다. 이씨는 모든 축하와 행사를 다 취소하고 바닷가 현장으로 달려 내려갔다.
그날부터 미국으로 돌아오던 날까지 그는 자신을 만나러 오는 친구들, 일본에서 찾아온 친지까지도 무조건 손을 잡고 팽목항으로 데려갔다. 그렇게 안산분향소로, 팽목항으로, 체육관으로, 단원고등학교로 따라다니며 말없이 눈물로 봉사한 애통의 일기가 세월호 100일을 맞아 한 권의 시집이 되어 나왔다.
‘미안하다 더 사랑해요’(문학의식 발행)는 팽목항의 절규를 담은 모성의 진혼시이며 슬픔의 기도문이다.
“아픔을 먼저 체험한 한 엄마가 고통 중에 있을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에게 이 시를 바칩니다”라는 헌사에서 읽을 수 있듯이 이씨는 18세 아들을 서울대 어학연수 중 기숙사에서 감전사로 잃은 ‘참척’의 고통을 먼저 겪은 ‘선배’다. 그에게 세월호 사건은 바로 나의 일이었고 나의 상실, 나의 아픔이었다.
90편에 달하는 시들은 처절하지만 아름답고, 눈물이 가득하지만 위로와 희망을 담고 있다. 누구보다 부모의 심정을 잘 아는 그가 가슴에서 솟구쳐 나오는 대로 꾸밈없이 써내려 갔기 때문일 것이다. 그녀는 “어미새끼 빼앗아가고/ 어미영혼 지옥에 가두어 놓은/ 당신, 당신들/ 꽃무리 속의 독벌레입니까?”라며 인간을 향해 원망을 퍼붓기도 하고, “바닷물을 단 하루만/ 지구 밖으로 보내든지/ 모두 마셔버려요./ 아니면/ 저 바다를 태워버려요… 바닷물을 단 하루만/ 지구 밖으로 보내줘요./ 신이여, 부디 들어주소서”라며 신에게 애원도 한다.
죽은 자식의 주검을 넋 나간 사람처럼 기다리는 사람들, 용감한 잠수사들이 벌이는 지옥의 사투, 묵묵히 출퇴근하며 침묵의 봉사를 펼치는 할머니 봉사자들, 수많은 교회의 중보기도팀, 천주교 신자들의 연령미사, 스님들의 염불과 목탁소리가 모두 이 한 권의 시집 안에서 장엄한 레퀴엠의 변주를 펼친다.
“아들을 잃은 후 미친 듯한 글쓰기로 슬픔을 치유하고 있다”는 리사 리 작가는 소설, 시집, 영문소설, 서간문집 등 12권의 책을 출간했으며 LACC에서 출간돼 교재로 쓰이고 있는 영문 체험소설 ‘부자 소년’(The Rich Boy)을 비롯해 시집 ‘사랑이 깊으면 그리움은 무지개로’, 수필집 ‘아픔이 향기가 되어’ 등 출간하는 책마다 수익금을 관련단체에 기증하고 있다.
시집 ‘미안하다 더 사랑해요’는 300권을 세월호 안산합동분향소의 유가족센터에 기증했다.
시집 구입은 문학의식 출판사로 직접 해야 한다. (02)582-3696
<정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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