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승환의 고전산책 101
▶ <73> 존 스타인벡 ‘분노의 포도’
오늘날 세상 곳곳에는 분노의 포도가 주렁주렁 열리고 있다. 모술, 카로코시, 주마르, 신자르… 이름도 생소한 이라크의 도시에서 기독교인들을 핍박하고 개종을 거부하는 신자들의 목을 자르는 과격 회도교들의 광분하는 모습을 보며 극심한 무기력을 느낀다. 마라나타! 또한 가자 지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분쟁도 한 치의 양보 없이 양쪽 모두 분노의 열매만 양산하고 있다.
분노는 파괴적이고 부정적인 정서상태다. 자신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무언가 강요당하거나 불의한 방법으로 자신의 권익이 침해당할 때, 그리고 무엇보다도 기본적인 생존권이 힘에 의해 억압받을 때 사람들은 걷잡을 수 없는 분노에 사로잡힌다. 그리고 분노는 곧바로 파멸이라는 열매를 맺는다.
‘분노의 포도’는 소설 제목은 줄리아 워드하우의 시 가운데 ‘사람들의 영혼 속에 분노의 포도가 넘쳐 흐르고 송이송이 열매를 맺는다’는 구절에서 따온 것. 존 스타인벡에게 노벨문학상을 안겨준 이 작품은 사회주의적 리얼리즘과 인간 중심적인 휴머니즘의 결합이다.
작가는 노동자들의 비참한 생활, 분노에 가득 찬 삶을 사실적으로 고발함으로 사회주의적 리얼리즘 경향을 뚜렷이 보이고 있지만 동시에 인간에 대한 따뜻한 애정을 바탕으로 한 휴머니즘적 요소를 소설 곳곳에서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
1930년대 미국은 대공황과 자연재해로 인해 경제구조의 근간이 무너지면서 수십만명의 가난한 농부들은 땅을 지주에게 빼앗기고 타향살이를 떠나야만 했다. 66번 국도를 따라서 캘리포니아를 향해 정처 없이 이동하던 수많은 사람들이 먹고 마실 것이 없어서 실제로 길에서 굶어 죽었다. 천신만고 끝에 캘리포니아에 도착한 이주민들이 그 땅에서 직면하게 된 현실은 또 다른 노동착취와 학대 그리고 질병과 굶주림이었다.
일자리를 찾아 떠도는 조드 일가는 가난과 분노 가운데 하루하루를 보낸다. 실업자 수용소에서 일어나는 에피소드 가운데 굶주림에 거의 죽게 된 중년의 남자를 살리기 위해 젊은 여자가 자신의 젖을 물리는 장면은 오래토록 기억에 남는 장면이다.
그 소년의 아버지는 죽음에 임박해 보였다. 소년은 절박하게 울부짖으며 도움을 청했다. 그때 조드 가족의 큰 딸 로자사안은 자신의 모유를 소년의 아버지에게 먹이기로 한다. 사람들을 나가게 하고 유방을 꺼내 중년 남자에게 젖을 짜서 먹이는 장면은 묘한 감동을 연출한다. 작가는 이런 상황 설정을 통해 인간들이 절망과 분노 가운데서도 따뜻한 인간애는 살아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고자 했다.
이라크에서 벌어지고 있는 끔찍한 일들을 보면서 분노와 회한을 금할 길이 없다. “하나님이 살아계시다면 왜 이런 일들이 발생하나?”라는 질문은 이런 상황 가운데 흔히 던지는 질문이다. 그런데 이 질문은 근본적으로 잘못된 것이다. 차라리 “인간들이 이렇게 악한 대도 어떻게 세상이 아직 멸망하지 않았나?”라는 질문으로 대체되어야 한다.
타락한 인간들이 오늘 이 순간에도 세상 곳곳에서 ‘분노의 포도’를 주렁주렁 맺으며 파괴와 살인을 일삼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절대 선하신 하나님이 살아계시기 때문에 오늘도 생명을 연장하고 있는 사실에 감사를 드리게 된다.
<예찬출판기획 대표(baekstephe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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