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전설이 된 해리 캐리의 ‘테이크 미 아웃 투 더 볼 게임’은 컵스를 넘어 미국의 상징적인 프로야구 노래다. 이에 버금가는, 아니 요즘에는 더 많은 컵스 팬들이 부르는 노래로 ‘고, 컵스, 고’가 있다. 한창 내셔널리그 챔피언십 시리즈(NLCS)가 펼쳐지고 있는 요즈음 어디서든 들을 수 있다. 기록에 보면 이 노래는 1980년대에 만들어 졌다. 당시 컵스 경기를 중계한 WGN 라디오 방송사가 스티브 굿맨이라는 싱어송 라이터에게 의뢰해 탄생한 노래다. 이 노래는 컵스의 부진한 성적 탓에 한동안 시들해 졌으나 2007, 2008년 컵스가 2년 연속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면서 인기를 되찾았고 자연스럽게 컵스의 공식(비공식이지만 실질적으로는 공식화한) 응원가가 되었다. 컵스가 승리하는 동시에 뤼글리필드에 울려 펴지는 이 노래는 그러나 후렴구의 반복되는 가사가 비논리적이라는 이유로 시비에 걸렸다. 시카고 트리뷴이 작년 말과 올 초 칼럼에서 이를 지적하고 새 노래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컵스가 오늘 이길 거야’(The Cubs are gonna win today)라는 가사를 승리 후 부르기에는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가사 내용 중에 이제는 메인 중계 방송사가 아닌 WGN이 나오는 점도 지적 대상이었다. 내 나름 하나 더 추가하자면 컵스가 ‘내셔널 리그’의 베스트가 될 만한 파워와 스피드를 갖췄다는 2절 가사 내용도 문제다. ‘메이저리그에서 베스트’라든가 ‘월드시리즈 우승’ 표현이 담겼어야 했다. 어찌 됐든 올해 초 시즌이 시작되기 전 트리뷴은 이 노래를 대체할 승리의 노래를 공모해 ‘컵스 윈’이라는 근사한 노래를 선정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논리는 칼럼에서나 통했다. 새 노래는 전혀 팬들의 가슴을 파고들지 못했다. ‘고, 컵스, 고’는 중독성 강한 멜로디와 가사로 팬들을 사로 잡은 지 오래다. 혹여 컵스가 여전히 우승과 연을 맺지 못할 경우, 그래서 ‘러버블 루저’라는 팬들의 맹목적인 컵스 사랑이 식을 때 쯤, 머피라는 염소의 저주처럼 노래가 구설에 다시 오를 수는 있겠지만 지금은 아니다.
이 노래는 3절로 되어 있다. 이렇게 시작한다.
야구 시즌이 시작됐어/ 자, 새로운 날을 준비하는 게 좋을 거야/ 헤이 시카고, 뭐라고? 컵스가 오늘 이길 거야. (Baseball season’s underway /Well, you better get ready for a brand new day/ Hey Chicago, what do you say?/ The Cubs are gonna win today.)그리고는 ‘고. 컵스. 고’의 후렴구가 반복된다. 노래처럼 그랬으면 좋겠는데 컵스는 1, 2선발 투수 존 레스터와 제이크 아리에타를 차례로 투입하고도 뉴욕 원정서 내리 2판을 졌다. 그리고 시카고 뤼글리 필드로 돌아왔다. 컵스로서는 2003년 이후 무려 12년 만의 내셔널 리그 챔피언십 시리즈다. 시카고서의 3차례 경기 중 적어도 2번을 이겨야 다시 원정에 오를 기회가 생긴다. 지난 주 이 칼럼에서 조 매든 컵스 감독에 대한 찬사를 늘어놓았는데 머쓱하게 되었다. 하지만 어떠랴. 컵스에게는 아직 기회가 남아있고 얼마전 타계한 요기 베라의 명언 대로 야구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추신수의 텍사스 레인저스가 토론토 블루 제이스에게 원정 2게임을 모두 이기고도 내리 3게임을 패하지 않았나.
올해가 한국에서는 광복 70주년이라 해서 뜻 깊은 이벤트가 많은데 그 70년 전이 컵스가 월드시리즈에 진출한 마지막 해였다. 컵스가 뉴욕에 이긴다는 것은 그래서 컵스로서도 팬들로서도 역사가 된다. 미국에서 프로 야구가 인기 있는 이유는 백만장자를 면전에서 욕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조크가 있다. 이마저 관중석 비싼 자리를 잡아야 가능한 일인데 이번 컵스의 홈경기 세컨드 마켓 티켓 평균가가 1천 달러를 넘겼다는 보도가 있다. 욕하는 일은 TV앞에서 하는 걸로, 아니 아이들 앞에서는 조심하면서 그저 즐기자. ‘Go, Cubs, 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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