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문제, 대한민국 현대사 모두를 지배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과 소련의 냉전시대가 종언을 고한 지 4반세기가 넘게 지났음에도 한반도는 긴장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북한의 핵 개발 및 실험, 국지적인 도발, 북한 주민들의 탈북, 지금 한국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역사 교과서 국정화 추진 논란 까지도 한반도 분단이 연원이다. 이 수많은 이슈들은 단락을 짓는 법이 없이 얽혀 있다. 분단 대치 상태가 해소되어야 끝날 일들이다, 그런 현대사를 살아 온 세대에게 북한과 관련한 대부분의 뉴스와 이슈는 이제 익숙한 일상 같다. 1960년 대 말 무장공비의 무력침투 뒤에 전쟁이 다시 날 것 같더니 1972년의 7.4 남북 공동성명에서는 통일이 곧 올 것 같았다. 김일성과 김정일의 사망 때에도 뭔가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수십, 수백 번 반복하는 기대였다.
그러나 기대조차 시들하게 하는, 바뀌지 않는 체제에도 불구하고 실낱 같은 기대라도 포기할 수 없는 이들이 있다. 북에 가족을 두고 온 이산가족이다. 이번 금강산에서 만난 남북 이산 가족 상봉이 스무 번째였다. 첫 이산 가족 상봉은 198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때 겨우 양쪽에서 각각 30여 명만이 가족을 만났다. 그나마 이어지질 못하고 무려 15년을 기다려 상봉이 재개되었다. 한민족 ‘디아스포라’의 시발은 구한말 외세의 각축과 일제 강점기라는 근대사를 끌어들여야 하겠지만 현재의 이산 가족은 고스란히 남북 문제다. 분단과 전쟁 후 70년 가까운 세월이 지났어도 여전히 기대와 실망이 교차하고 있다. 뉴스를 본 분들은 알겠지만 상봉 가족 대부분이 80을 넘긴 고령이다. 1천만이라면 한국의 대통령을 만들어 내는 숫자다. 몇 백명씩 수십차례 상봉이 이루어진다 한들 멀리서 지켜보는 이산가족이 더 많다는 얘기다. 그 중에는 이곳 미국에 사는 이들도 있다. 한국서 이산 가족 상봉이 중단되었을 때도 북한에 친지를 둔 미국의 이산 한인들은 개별적으로 북한을 방문해 가족을 만날 수 있었다. 서신왕래와 송금도 가능했다. 북한의 외화벌이에 이용되는 측면이 없지 않았으나 상봉은 죽기 전에 풀어야 할 한이었다.
오래 전 작고한 시카고의 이북 출신 사업가도 그 중 한 사람 이었다. 당시 설레던 그의 표정을 기억한다. 다녀 와서는 삼촌과 조카에게 주머니를 다 비워주고 왔다면서 좋아했다. 좀 더 주고 싶어 중국을 거쳐 돌아가는 긴 여정에도 용돈을 아꼈다고 했다. 형편이 닿는 이들은 그렇게 북한에 가서 가족을 만날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숫자는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 주지하다 시피 미국의 한인 이산가족들은 미국 정부를 노크하기 시작했다. 시카고의 이차희씨는 10년이 넘게 이 일에 매달렸다. 일리노이의 마크 커크 연방상원의원과 밥 돌드 하원의원, 한국전쟁 참전용사 출신 찰스 랭글 하원의원, 에드 로이스 하원 외교위원장 등이 움직였다. 인도적인 차원에서 북에 가족을 둔 한국계 미국인들의 가족 상봉을 서둘러 추진하자는 거였으나 의회와 정부를 움직이려면 구체적인 규모 파악이 우선이었다. 재미 이산가족 전국연대는 미국내 이산가족 등록 운동을 폈다. 이차희씨에 따르면 북한에 있는 가족과의 상봉을 원하는 미국내 이산가족 등록자 수가 2009년 당시 1백여명이었으나 최근 다시 파악해 보니 40여명에 불과했다. 규모가 줄수록 서두르지 않으면 안될 사안임을 역설하고 있다.
미국이든 한국이든 이산가족의 자유로운 상봉이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이유는 상대가 북한이기 때문이다. 위대한 영도자도, 경애하는 지도자도 죽었다. 시간이 없다는 건 북한이 더 잘 알 것이다. 이씨의 말이다. "이제는 마지막 단계입니다. 거의 다 돌아가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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