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뉴욕에 다녀올 일이 생겼다. 1박2일 일정이니까 특별히 짐은 없었다. 그 여정을 잠깐 나열한다. 오헤어공항의 검색대를 통과하는 시간이 너무 길어 제 시간에 비행기를 못탄 여행객이 수백명에 달했다는 보도가 있은 지 며칠 후였다. 국내선임에도 불구하고 2시간 30분 전에 공항엘 갔다. 보딩패스를 쥐고 검색대를 통과하기 까지 불과 30분도 채 안걸렸다. 결국 게이트 앞에서 지리하게 2시간 가까이 기다려 비행기를 탔다. 늘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싶었다.
라과디아공항에서 우버를 불렀다. 줄 지어 서있는 뉴욕의 그 유명한 노랑색 택시를 마다하고 요즘 대세인 소비의 공유를 택했다. 우버 차량 운전자는 중국계 젊은이였다. 한인이 운영하는 생선 도매회사에서 일하면서 파트타임으로 운전을 한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복잡한 공항을 빠져나와 뉴욕의 더 복잡한 도심으로 갔다.
소주와 맥주를 곁들인 저녁식사가 있었다. 한인이 운영하는 숯불갈비집엔 연기를 배출하는 덕트가 천정을 덮었고 그 중간에 한국에서 흔히 보던 연통이 불판 바로 위까지 내려와 있다. 연기 배출엔 최고의 효율이다. 시카고에서는 그게 허가가 잘 안나 설치할 수가 없다는 말을 들은 것 같다.
뉴욕에 대한 잡담, 플러싱을 중국계가 접수했다는, 조금 지난 화제부터 요즘 대학을 졸업해도 마땅한 일자리가 없다는 공통의 이슈까지 나왔다. 호텔로 옮겨갔다. 두가지 이유로 차를 렌트하지 않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네비게이터가 있다 한들 곳곳에 공사와 잡다한 사고로 막힌 도로까지 잡아내지 못한다. 공항 앞 호텔은 숙박객 차량에 30달러의 주차비를 부과했다. 땅값이 비싼 탓이다.
다음날 아침, 토요일. 맨하탄 근처까지 가서 한식당을 찾았다. 24시간 영업한단다. 밥 한공기를 더 시켰는데 2달러를 추가로 내야 했다. 설렁탕이 맛은 있었다. 시카고 처럼 뒷골목에서 쓰레기를 처리하는 구조가 아니어서 길가 어디에나 검은 비닐 쓰레기 봉지가 수북했다. 쓰레기 양은 사람 수에 비례한다.
타임스퀘어. 이른 아침인데도 관광객이 붐볐다. 현란한 전광판이 혼을 빼놓는다. 광장 중간의 대형 성조기 전광판 옆으로 중무장한 경찰관 2명이 서있다. 전광판이 붙어있는 구조물은 육군 모병 사무소로 쓰이고 있었다. 광장 내에 있는 스타벅스에 들렀다. 하루 몇 잔을 팔아야 렌트비가 나올까, 머리를 굴려보았다.
한번도 가보지 않았으나 익숙한 자유의 여신상을 직접 보기로 했다. 이때는 택시를 탔다. 세네갈 출신이라는 운전기사는 뉴욕의 백만장자들만 거주할 수 있다는 구역을 지나면서 비즈니스는 어떻게 해야하는 지를 장황하게 떠들었다.
9.11테러로 사라진 월드트레이드 센터 자리에는 이제서야 하나의 건물이 들어섰다. 그곳에서 리버티 아일랜드와 엘리스 아일랜드는 멀리 보였다. 가까이 보기 위해 배를 탔다. 공항 검색에 못지 않은 검색대를 통과했다. 세계 각국에서 관광객이 몰리니 통역 오디오를 제공하는데 한국어는 없었다. 자유의 여신상을 올려다 보고 엘리스아일랜드에서 이민으로 이루어진 미국과 영화 대부를 떠올렸다.
나오는 길에 미국 어디든 보이는 한국전쟁 추념비를 거쳤다. 참전 16개국 국기가 4면에 나뉘어 담겼고 바닥에는 사망자, 부상자, 실종자 숫자가 음각으로 뚜렷했다. 인도에서 왔다는 여성이 말을 건다. 한국인이냐고. 인도가 참전했었나를 살폈다. 사망, 실종 등이 없는 것으로 봐서 군대를 보내지는 않았구나 확인했다.
뉴욕 관광객 중에도 중국인이 압도적이었다. 중국인이 지구촌을 덮고 있다는 느낌, 그들이 카메라를 목에 걸고 미국의 관광지를 누비던 20년전의 일본인을 대체하고 있다.
뉴욕 여행에서 특별히 새로운 발견은 없다. 테러 경계가 삼엄하고 사람들은 그 풍경에 이미 익숙해 있다. 그런데도 일상에서 벗어나 조금은 색다른 풍경과 사람들을 접하는 게 좋았다. 메모리얼 연휴에 겪어보길 권한다.
도태환 편집인 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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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태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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