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전당대회 첫날인 25일 밤 버니 샌더스가 연사로 나왔다. 정치 혁명을 부르짖는 가운데 기후변화를 언급했다. 지금의 에너지 시스템을 바꾸지 않는다면 가까운 미래에 가뭄과 홍수와 바다의 산성화, 해수면 상승이 더 심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클린턴은 과학자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이를 이해하고 있으나 트럼프는 기후 변화의 심각성을 믿지 않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어 클린턴은 화석연료 산업의 단기적 이익이 아닌, 미래 세대를 걱정하는 후보라고 강조했다.
이날 밤 그의 연설 중 아주 적은 분량이지만 폭염이 시카고를 막 지나간 후여서, 또 그 때는 민주당 전당대회가 열리고 있는 필라델피아로 폭염이 이동한 후여서 기후변화 체감지수는 높았다. 그는 미래를 수차례 강조했다. 미국의 미래, 세계의 미래를 위해 정치 혁명을 하자, 클린턴이 반드시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고. 자신이 피해 당사자인 또 다른 이메일 스캔들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이 오로지 클린턴을 내세웠다.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 안된다는 절실함으로 읽혔다. 대통령 후보도, 기후변화도 미래를 위해선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의미로 읽혔다.
여름 더위에 피서용으로 추운 지방 얘기를 해야겠다. 달리 내세울 것 없는 시베리아 사람들의 허장성세다. 알콜도수 40도가 넘지 않으면 술도 아니다, 400Km가 넘지 않으면 거리도 아니다, 끝으로 영하 40도가 아니면 추위도 아니다. 그렇다면 화씨 100도에 습도가 70%가 넘는 북반구 중위도 지역의 무더위는 뭐라 할까. 시카고의 겨울 혹한은 우습게 봐도 여름의 폭염에는 말을 잃을 것 같다.
시베리아보다 더 추운 땅, 그린란드 주민들은 가끔 찾아오는 섭씨 10도 가량의 쌀쌀한 날씨에 반소매를 하고 해변을 찾는다고 한다. 가장 더운 달의 평균 기온이 섭씨 영하1도 가량으로 늘 얼어있는 땅이다. 그린란드는 지구 온난화 이슈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주목을 받아 왔다. 면적은 한반도10배 크기지만 인구는 6만명이 채 안되는 곳. 국토의 80% 이상이 얼음에 덮혀 사람 살기가 만만치 않다. 덴마크 령이었다가 7년전인 2009년 부분적으로 독립했다. 날씨는 북극권이어서 고약한데 이름은 역설적이다. 국토면적으로는 세계 12번째로 큰 나라, 섬이면서 제 7대륙으로도 불린다.
그린란드의 녹색 꿈은 지구 온난화 덕에 또 역설적으로 조금씩 이루어지고 있는 중이다. 북극에서 지난 4년간 1조톤의 눈이 녹은 것으로 추정되는 바 대한민국 국민이 200년을 쓸 수 있는 양과 맞먹는다고 한다. 그린란드 얼음 두께는 평균 1500미터다. 이 얼음층이 다 녹는다면 지구 해수면이 7미터 이상 높아져 뉴욕, 도쿄 등 해안가 도시의 3분의 2가 물에 잠긴다.
지구 온난화는 이제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진실이 되고 있으나 그린란드에는 그 덕에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땅이 늘어나고 있다. 눈이 녹으면 태양열 흡수도 늘어 지열 상승, 기온상승이 일정 수준까지 가속화한다. 기상학자는 물론 세계인들의 그린란드를 찾는 발길도 늘었다.
북극 온난화는 그러나 지금 히트돔(Hea t Dome)으로 불리는 고온현상을 미국과 한국 등 북반구에 불러 왔다. 대기순환 속도가 느려져 대기권 상공에 열기를 가둬둔 형태란다. 시카고의 지난 주말 습하고 뜨거운 날씨나 현재 미국 동부를 찜통으로 만들고 있는 주범이다. 한국은 열대야 몸살이 다시 시작됐고 수십년 후면 아열대 기후 편입이 예상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샌더스는 클린턴과 동의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지만 그것이 민주주의라고 말했다. 그러나 지구온난화는 동의를 구할 일도, 민주주의로 해결할 일도 아닌 것 같다. 그린란드 피서 상품이 나올 때 쯤이면 지구의 기후는 더욱 고약해져 있을 것이다. 이 더위에 두루두루 신경 쓸 일도 많은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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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태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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