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이스 와일러(26, 사진 우)는 라디오 스포츠 해설가로 최근 6년 동안 야구, 농구, 축구 등을 100경기 이상 중계했다. 그가 다른 스포츠 해설가와 차이점이 있다면 선천적인 시각 장애인이라는 사실이다.
18일자 시카고 트리뷴은 최근 시카고에서 열린 일리노이대의 대학 야구 경기에 해설자로 나선 와일러의 스토리를 비중 있게 다뤘다. 생후 4개월 때부터 시력을 잃은 와일러는 앞을 보지 못하는 대신 소리로 많은 정보를 흡수했다. 그는 배트의 파열음만으로도 타구가 외야로 뻗어 나갈지 아니면 힘을 잃고 평범한 뜬공으로 그칠지를 구별해냈다.
투수의 공과 포수의 미트가 만났을 때의 소리는 투수의 구위가 여전히 강력한지 아니면 힘이 떨어졌는지를 파악하는 데 중요한 신호로 작용했다. 눈을 감고 헤드셋을 통해 들려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인 와일러는 주자 1루 상황에서 안타가 나왔을 때 “타구가 다소 강하군요”라고 말했다. 안타가 나왔지만 1루 주자가 3루까지 가지 못하고 2루 진루에 만족해야 했을 때였다. 와일러는 극도의 집중력과 파트너의 도움만으로도 정확하게 상황을 판단하고 해설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에게 부여된 기회는 단 3이닝이 고작이었다. 와일러는 정규직이 아니었다. 와일러는 “사람들은 내가 해설하는 것을 정말로 흥미롭게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이런 관심이 직업으로 연결되지는 않더라”고 말했다.
일리노이주 리치랜드카운티의 올니에서 태어난 와일러는 생후 4개월 이후로 앞을 보지 못했다.유년 시절, 그에게 즐거움을 준 것은 일리노이대와 인디애나대의 라디오 야구 중계를 들을 때였다. 인디애나주 에반스빌대에 진학한 와일러는 학교 방송국을 방문했다. 당시 에반스빌대는 학생들이 참여하는 라디오 방송국을 운영하고 있었다. 간곡한 요청 끝에 수락을 받아낸 와일러는 여자 농구 중계부터 맡았다. 통계 수치는 물론 선수들의 뒷이야기를 달달 외우고 해설에 나선 그는 농구에 이어 축구, 그리고 야구까지 영역을 넓혀갔다. 그가 정복하지 못한 스포츠는 풋볼이 유일했다. 풋볼은 전략이 복잡한 데다 소리만으로는 경기 상황을 따라잡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일리노이대에서 스포츠 매니지먼트 석사 학위를 받은 와일러는 수십개의 프로팀은 물론 수백 개의 대학팀에 전화하고 이메일을 보냈다. 하지만 가끔씩 초대 손님격으로 초청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그에게 풀타임 직업을 제공하는 곳은 없었다. 와일러는 실망하지 않고 정규 스포츠 해설가로 자리를 잡기 위해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갔고, 그 결과 다음 달이면 코네티컷에 있는 마이너리그 야구팀에서 그가 그토록 원하던 정규직 자리를 얻게 됐다. 이 마이너리그 야구팀은 장애인들을 위한 야구장 프로그램에 관심이 많았는데, 와일러를 그 일의 적임자로 본 것이다.
와일러는 “장애인들이 나처럼 스포츠를 즐길 수 있기를 바란다”며 그와 같은 길을 걷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겠느냐는 질문에는 “당신에게 주어진 난관과 도전을 극복하게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은 바로 당신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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