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출퇴근길은 좀 긴 편이다. 35마일 정도지만 다행히도 역트래픽이다. 덕분에 시원하게 뚫린 길을 쌩쌩 달리는 기분도 나쁘지 않다. 그래도 출퇴근길을 좀 더 가볍게 하기 위해 음악을 듣거나 강의를 듣는다. 지난주에는 양희은씨의 노래를 들었다. 오랜 세월이 흘러도 험한 세상에서 상처입은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그의 노래들은 커다란 위로와 힘을 주었다. ‘아침이슬’, ‘하얀 목련’, ‘아름다운것들’뿐 아니라 ‘늙은 군인의 노래’가 마음을 흔들었다.
“나 태어난 이강산에 군인이 되어, 꽃 피고 눈 내리기 어언 30년. 무엇을 하였느냐, 무엇을 바라느냐. 나 죽어 이 흙 속에 묻히면 그만이지, 아 다시 못올 흘러간 내 청춘. 푸른 옷에 실려간 꽃다운 이내 청춘. 내 평생 소원이 무엇이더냐. 우리 손주 손목 잡고 금강산 구경일세, 꽃피어 만발하고 활짝 개인 그날을 기다리고 기다리다 이내 청춘 다 갔네.”
드럼소리로 시작되고 가사와 함께 바로 밀고들어오는 눈물… 그래 이 노래에는 군인의 한이 서려 있구나, 통일이 되어야 할텐데. 그래서 그 젊은 청춘의 희생이 제값을 발해야 할텐데. 오늘날 우리가 이렇게 잘살게 된 것도 군인들의 희생 덕분인데 우린 그냥 내가 잘해서, 내가 훌륭해서 잘된 건 줄 알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면서 잠시 나를 돌아보았다.
그날 팔십 중반의 한 손님이 6.25참전 얘기를 해주셨다. 폭탄이 날라와 터지고, 동료가 죽고 실려나가고, 팔이 떨어져 나가고… 듣기만 해도 무서운 전쟁터 얘기들…그리고 이런 일화도 들려주셨다. 정신없이 날라오는 수류탄을 피해 숨어 있는데 한 부하의 코고는 소리가 들렸다고 한다. “지금 수류탄이 날라오는데 잠이 오냐”며 소리를 버럭 지르니 “저는 안 잤는데요”라는 부하의 말이 돌아왔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코고는 소리가 들려 돌아보니, 한 부하가 날라온 수류탄에 두뇌가 터졌고, 터져나간 두뇌 쪽에서 코고는 듯한 소리가 났다고 했다. 몸의 일부가 잘려져 나가도 여전히 움직이는 것 같은 상황이었던 것이다.
그 손님은 깊이 패인 주름에 세월의 고뇌가 가득한 눈으로 “그때 죽었을 목숨인데 지금까지 덤으로 살고 있는 거야”라며 그저 담담하게 말하셨다. 이렇게 청춘을 희생하신 분들 덕분에 지금 우리가 편안한 삶을 살고 있다는 감사함이 밀려왔다. 그리고 그들의 희생에 보답해야 한다는 마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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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엘 송(자영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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