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 년 넘게 잠을 포근히 재워 주던 '매트리스'도 나이가 드니 기력을 다했는지 가냘픈 초로의 나이든 몸무게도 버거웠다. 언제부터인가 찌뿌등한 기분으로 아침을 맞게 되니 분명 새로운 것으로 장만할 때가 되었나 보다.
겉은 멀쩡해도 속으로 골병이 든 것이 분명한데 하룻밤 잠자리를 가벼이 여기며 차일피일 미루다가 큰 결단을 내려 구매하였다. 온라인으로 본 사진에서 적당한 녀석을 선택해서 배달하는 날이 왔다. FedEx 차에서 내려 들려 오는데 큰 직사각형의 상자가 들어온다. 아뿔싸! 분명 널찍한 매트리스가 와야 하는데 이게 도체 무언가! 딜리버리맨에게 확인하니 분명 매트리스라 해서 상자를 오픈하니 안에서 빽빽이 말려있는 스펀지 같은 것이 튀어나온다.
그동안 세상이 변한 것을 몰라서였는지 요즈음은 스펀지로도 훌륭한 잠자리를 만드는가 보다. 조심조심 뜯어서 침대에 올려놓고 누워 보니 생각보다 편안하다. 하지만, 전에 것은 그 안에 동그란 용수철도 몇십 개 넣고 솜 뭉치로 채워서 화려한 꽃무늬로 마감질 했기에 이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게 고급스럽다.
이제는 밋밋한 하얀 스펀지에 누워 자고 겉은 멀쩡하면서도 고급스러운 이 녀석을 버릴 생각을 하니 기분이 씁쓸하다. 한동안 버릴 녀석과 새것을 번갈아 쳐다보며 보잘것없는 모양의 스펀지의 침대를 생각하니 그때나 지금이나 가격은 비슷하게 준 것 같은데 뒷맛이 개운치 않다.
쓰레기 회사에 연락해서 버릴까 하다가 혹시나 누가 리사이클링하거나 아니면 업사이클링을 할 수도 있겠기에 사진을 찍어 온라인에 올려놓았다. 다행히 한 시간도 안 돼서 여기저기서 가져가겠다고 전화가 온다. 다음날 약속 시간에 떠나보내는 날이다. 아무리 말 못 하는 무생물이지만 십 년 넘게 너와 함께 꿈을 꾸며 생활했던 것이 고맙다. 그대로 다른 사람의 침대로 사용하게 될지 아니면 업사이클링해서 새로 태어날지는 모르겠다. 부디 아늑하고 포근한 잠자리로 거듭 태어나기를 바란다.
헤이! 그동안 고마웠어!. 바이~~
<
방무심 / 프리몬트>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