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화인 대학강사
뉴욕타임스와 뉴요커 잡지가 할리웃 프로듀서 하비 와인스타인이 지난 수십년간 어떻게 같이 일하던 여자들을 괴롭혀왔는지를 기사로 터트린 후 트위터에 올라온 ‘#MeToo’ 캠페인은 미국문화 밑바탕에 깔려있던 남성우월주의라는 헤게모니에 드디어 변화를 일으키는 모멘텀이 되고 있다.
어떻게 이 사건 하나가 지난 수십년 간 페미니스트들이 노력하면서도 이루지 못했던 직장 내 남녀불평등 문제에 불을 지피고 또 그 불을 번지게 하고 있을까? 여기에는 #MeToo 캠페인이 벌이는 운동과 맞물리는 몇 가지 사회적 요소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작용한다고 본다.
첫째는 미국문화가 유럽과 다른 점 중 하나는 폭력보다 성범죄를 더 무겁게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유럽은 여러 국가들이 국경을 접하고 있으면서 오랜 세월 전쟁을 통해, 특히 1차와 2차 세계대전을 겪고 경제가 파탄나면서 이제는 서로의 갈등요소를 외교로 해결하고자 하는 노력으로 유럽연합을 형성하였는데 이러한 과거가 유럽인들에게 폭력(aggression)행위에 무관용(no tolerance)을 취하게 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정부의 탄압과 종교의 자유를 찾아 고향을 등지고 떠나 프로테스탄트 정신을 바탕으로 세운 나라다. 그 와중에 인디언뿐만 아니라 다른 정복자들과도 수많은 전쟁을 치르면서 하나의 합중국으로 세운 나라이다 보니 자연히 폭력에 대해서는 어쩔 수 없는 과정이었다라고 해명을 하지만 윤리와 순결을 강조하는 프로테스탄트 정신에 따라 적어도 드러난 성범죄에 대해서는 ‘no tolerance’를 취하는 경향이 있다.
둘째로 미국에서 여성의 지위가 20세기 들어 남녀평등을 요구하는 위치에 올라서 있다는 점이다. 미국에서 여성의 사회진출은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공장과 병원에서 일할 인력이 부족할 때부터 시작되었다.
자본형성의 시작이라고 하기에는 아주 미약하지만 여성도 사회에서 돈을 번다는 것은 엄청난 변혁이었다. 참정권을 쟁취하고 여성에게 교육의 길이 열리고 그럼으로써 바야흐로 1982년에는 학사학위를 받은 여성이 남성보다 많게 되었다.
셋째로 디지털 테크놀로지에 힘입어 사이버 세상에서 참여민주주의 토론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주소라는 점이다.
미디어로부터 일방적 영향을 받던 구세대들과는 달리 디지털 세대는 SNS가 그들의 세상이고 여기서 소위 말하는 그들의 상호간 소통(interactive communication)이 순간적으로 발생한다.
이 세 가지 배경을 가지고 타이밍을 맞추어 터진 것이 ‘#MeToo’ 캠페인이다. 여성의 권리를 찾는 것은 이제 세계의 이슈이며 지금 우리는 이 캠페인이 세계로 퍼져나가는 것을 목격하고 있다.
미국의 언론자유와 인권사상, 그리고 그간에 이룩한 여성운동의 결과물과 이 캠페인이 혼합되어 사회 모든 기관과 제도에 뿌리박혀 있는 성차별을 바꿀 수 있을 때 이 캠페인은 헤게모니 터닝 포인트로 역사에 남을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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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인 대학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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