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효섭 목사·아동문학가
평창 올림픽에 UN제재를 받고 있는 북한의 선수들뿐이 아니라 북한 수뇌들이 참석함으로써 남북의 지도자들이 만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펜스 미국 부통령이 북 대표와의 동석을 거부하고 북 대표와 악수도 안함으로써 문재인 대통령의 북미대화의 길을 열어보려는 의도가 무색해졌다. 올림픽은 올림픽이고 제재는 제재라는 미국의 강경노선이 표명된 것이다.
평창올림픽에는 북측의 권력 제2인자인 최고인민위원회 상임위원장 김영남과 김정은 위원장의 여동생이며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인 김여정이 특사 자격으로 참석하였다. 그녀는 실질적으로 북의 권력순위 3위다. 김정은에게 기탄없이 아무 말이나 할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라고 한다. 북한에서 “출세하려면 김여정에게 잘 보여야한다 ”는 말이 공공연히 나돌 정도로 절대 권력자이다. 당연히 올림픽의 세계 취재진은 김여정에게 집중되었다. 물론 김여정은 UN이 지목한 제재인물이다.
청와대에서 열린 환영연회에서 문 대통령은 “다른 때에는 동석하기 힘든 우리들이 함께 한 자리이니 분명히 세계평화를 위해 일보 전진한 것이다”라고 발언하며 화해무드를 조성하였다. 김여정은 시종 굳은 표정이었으나 문 대통령과의 만남에서는 미소를 띠었다. 김여정은 문 대통령에게 북한을 방문해 줄 것을 정식 제의하고 친서도 전달하였으나 아직 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어쨌든 김일성의 직계 친족이 남한을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 예술단이 남한의 노래들도 부르며 평화를 향한 유연한 자세를 보인 것은 다행한 일이었다. 그러나 북한이 올림픽 바로 전날에 평양에서 인민군 창설 70주년을 기념하는 군사행진을 대대적으로 벌인 것은 올림픽의 평화무드를 깨는 것이니 잘 한 것이 못 된다.
성경에서는 평화란 뜻으로 ‘샬롬’이란 히브리어가 사용되고 있다. 지금까지 내려오는 유대인들의 인사말이며 많은 기독교인들도 습관적으로 인사할 때 ‘샬롬’을 쓴다. ‘샬롬’은 다섯 가지 뜻을 내포한 말이다. ▲이웃과의 평화 ▲내면의 평강 ▲정의 ▲질서 ▲조화 등 다양한 의미를 이 한 마디 속에 지니고 있다.
신약성경을 절반이나 쓴 바울은 편지마다 인사말로 “은혜와 평강(샬롬)”이란 축복을 기술하였다. 이 히브리어의 본래의 뜻은 “완전하다”는 의미로서 신이 주시는 최고의 선물로 해석되었다.
인간의 죄로 하나님과 인간 사이의 샬롬이 파괴되었으므로 그리스도를 보내 화해, 곧 샬롬 회복의 역사를 이룩하였다는 것이 기독교가 말하는 구원이며 그렇게 되는 세상이 천국이다. 그래서 바울은 자기가 전하는 진리를 ‘평화(샬롬)의 복음’이라고 불렀다. 샬롬이 이 땅에 충만하면 정의와 질서, 조화로운 평화 세계가 펼쳐질 것을 바라고 노력하는 것이 기독교가 말하는 전도요 외국 선교이다.
올림픽에는 성화 봉송이 따르는데 이 성화가 바로 샬롬(평화)의 불이다. 고대 그리스 올림픽 때부터 그 불이 상징하는 의미는 한결 같다. 올림픽은 평화 만들기인 것이다. 경쟁과 메달이 목적이 아니라 세계 평화가 목적이다.
평창 겨울올림픽에서도 이런 본래의 의미가 충분히 반영되고 실현되기를 바란다. 특히 한반도의 실정으로 볼 때 샬롬(평화) 보다 더 중요한 것이 어디에 있겠는가! 모처럼 조성된 올림픽의 평화 분위기가 정치 현실로도 이어지게 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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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효섭 목사·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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