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지고 있는 나쁜 습관 중 가장 큰 하나를 고르라고 한다면, 단연 “사람들에게 벽을 두는 것”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나는 A형이다. 하지만 소심하다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전형적인 A형과는 달리, 많은 사람들에게 활발하고, 외향적인 아이라고 평가받고 있다. 시간이 지나 나를 아주 잘 알게 된 사람들은 “역시 니가 A형이긴 하구나” 또는 “니가 이래서 A형이구나”라고 하지만, 나의 웃는 얼굴상과 당당한 성격 탓에 내향적인 모습의 나는 자주 가려져 다른 사람에겐 잘 보이지 않는다. 외향적인 사람들은 대부분 소극적인 사람들보단 다른 사람들과의 교류가 많다 보니, 여러 사람들이 먼저 나에게 친해지려 손을 내밀어주는 경우들이 감사하게도 자주 일어난다. 그리고 나도 소소한 커피 한잔과 밥 한끼가 가져다주는 모든 사람들과의 인연이 참 소중하다.
그런데 문제는, 나 스스로 대부분의 사람들과의 교류를 딱 거기서 끝낸다는 것이다. 나에게는 이미 10년 전부터 친구를 해오던 “친한 친구들”이란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있어서일까? 새로운 사람들이 싫은 것도, 또는 나에게 주는 관심들이 부담스러운 것도 아니지만, 어느 순간 누군가가 우리의 관계를 ‘보통보다 깊은 사이’라고 대하는 것이 느껴지면, 그 사람에게 조금씩 벽을 쌓기 시작한다.
그리고 요즘, 다시한번 사람들과의 거리를 두는 나의 모습을 발견하기 시작했다. 만나자는 약속도 대부분을 바쁘다는 핑계로 거절하고, 오히려 새롭게 만나는 사람들에게 더 나의 시간을 내주었다. 그런데 버클리에서 나와 가장 가깝게 지내는 친구에게 어제 문자를 하나를 받았다. “Please know that you are never alone, and there are places to go and people who care(너는 절대 혼자가 아니고, 언제나 갈 곳들이 있고 널 생각해주는 사람들이 있어).” 이 친구의 문자를 읽고 난 후, 친구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 건 당연하고, 내 자신에 대한 성찰을 해보며 바로 이 글을 쓰게 되었다. 언제부터인지, 왜인지는 알 수 없지만, 마음의 벽을 무너뜨리는 연습을 앞으로 해볼까 한다. 나에게 다가와주는 사람들에게 마음을 열고, 또 나 또한 먼저 다가갈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김보은(UC버클리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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