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폴 손 엔지니어
때때로 TV 화면을 보면, 권력자의 머리카락이 쉬 은발로 변하는 것을 본다. 아마도 스트레스 때문일 것이리라. 기업의 최고 경영자들 또는 국가의 최고 권력자들이 더 두드러지다.
집안의 가장도 조그만 권력자라고 스트레스를 엄청 받는다. 우리 모두 견딜 만큼의 스트레스를 담을 그릇을 지니고 사는 것 같다.
혹자의 한자 풀이에 의하면, 사내를 뜻하는 남 ‘男’이라는 글자는 밭 ‘田’자와 힘 ‘力’자의 합성이다. 그런데 또 다시 세분해보면 밭 ‘田’이 아니라 열 ‘十’ 자와 입 ‘口’자가 합성되어 남자는 열 식구도 먹여 살려야 하는 책임을 뜻한다고 한다.
나이 들어 집안의 권력을 아내에게 이양하니 스트레스가 하루아침에 다 날아가서 매일 매일이 편하다. 이 좋은 것을 왜 몰랐던가? 인간 능률에 관해 공부해 보면, 스트레스가 너무 없거나 너무 심하면 능률이 극도로 떨어진다. 스트레스가 어느 정도 유지 되어야 생산성이 유지된다고 한다.
그러니, 하나님께서도 태평성대를 보장하지 않으시고, 우리로 하여금 항상 깨어서 기도하도록 스트레스를 끊임없이 공급하신다. 그래서 인생살이는 산 넘어 산이라고 하던가?
이 스트레스가 한방에 훅 날아가면, 건망증이라는 후유증이 생긴다. 이를 조금 종교적으로 말하자면, 망각의 은사이다. 필리핀의 어느 부부는 집에서 네 시간 정도 떨어진 휴양지로 휴가를 가서 TV 뉴스를 보다가 어느 화재 소식을 접했다. 자세히 보니 바로 자신의 집이 아닌가? 부엌에 있는 가스레인지를 끄지 않고 휴가를 떠났던 것이다.
남의 일인 줄로만 알았었는데 비슷한 일이 우리 집에서도 발생했다. 어느 날, 레인지 위의 냄비가 열에 못 견뎌 춤을 춘다. 부엌이 연기로 가득 찼음은 말할 것도 없다. 마침 집에 있어서 다행이었지만, 망각의 은사를 아주 강하게 받았었나 보다. 가까운 이웃의 한인도 똑 같은 경험담을 이야기 하는 것을 보니, 노년이 되면 특히 주의할 일이다.
하지만 가스레인지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었다. 한번은 세면대에 물을 받으려고 수도꼭지를 틀어놓고 촌음을 아껴 쓴다며 컴퓨터 앞에 앉아 있다가, 물이 넘쳐 아래에 있는 서랍까지 범람할 줄이야? 다행히 빨리 발견해서 목욕탕 바닥까지 넘쳐흐른 물을 차고 청소용 진공청소기로 빨아냈으니 망정이지.
노년이 되면 주의할 일들을 크게 써서 벽마다 붙여 둬야할까? 몇 가지 열거해 본다면, 나갈 때 들어올 때 문 잘 잠그고 확인하기, 바닥을 깨끗하게 치워서 밤에 화장실 가다 걸려 넘어지지 않도록 주의하기, 부엌 조리대 가장자리에 칼 두지 않기(칼이 아래로 떨어지면 크게 다칠 수 있다), 겨울철에 실내화 신기(발을 어디에 부딪치면 다친다. 특히, 베이비 아스피린을 복용하는 환자는 멍이 들면 오래간다) 등등.
많은 분들이 넘어져서 머리를 바닥이나 벽에 부딪혀 거동할 수가 없게 되고, 누워만 있다 욕창이 생기게 된다. 백세 시대엔 건강관리보다 사고 방지가 먼저이다.
그래서 아내와 약속을 하고 다짐 또 다짐을 한다. 당신은 불을 책임지고 확인하고, 나는 물을 책임지고 확인하기로… 그러다 묻는다. “여보, 내 차 열쇠가 어디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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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손 엔지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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