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29일 샌디에고 해변의 국경 장벽에서 캐러밴의 망명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반 이민 정책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는 가운데 일부 캐러밴 이민자들이 국경 장벽 위에 올라가 있다. [AP]
이들은 왜 2,000마일의 먼 길을 마다 않고 미국 국경으로 몰려왔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의 ‘반 이민 정책’에도 불구하고 일명 이동식 주택 차량인 ‘캐러밴(Caravans)’이라 불리는 수백 명의 중앙아메리카 이주민들이 미국에 망명을 요청하기 위해 미국과 멕시코 국경지역에 몰려들었다.
올해는 약 1,000명이 출발했으나 중간에 이탈자가 있어 200여 명만이 마지막까지 남았다. 이들의 행보는 올해 더욱 국제적으로 관심을 모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례 없이 강경한 반이민 정책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으로 향하는 캐러밴에 대한 언론 보도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비난하며 이들의 불법 입국을 막기 위해 지난달 4일에는 멕시코와의 국경지대에 주 방위군 최대 4,000여 명을 배치하는 포고령에 공식 서명하기도 했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은 “멕시코와의 국경에 장벽이 건설될 때까지 병력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와중에 지난달 29일 캐러밴 행렬이 샌디에고 남쪽 멕시코 국경에 다다랐다. 그러자 연방 세관국경보호국(CBP)은 보호시설이 만원이라면서 이주자 행렬의 입국을 막았다. 입국을 거부당한 이들은 멕시코 국경 통로 입구 건너편 길가에서 노숙했다.
하지만 국제법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이들의 망명 신청을 무조건 거부할 수는 없다. 결국 CBP는 공간에 여유가 생기는 대로 관련 절차를 재개할 방침이라고 말했고 이어 마이크 펜스 부통령도 “이들은 법에 따라 절차를 밟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난달 30일 미국 당국이 여성과 어린이 8명의 입국을 허락한데 이어 이달 1일과 2일에 각각 17명과 49명의 입국을 허용해 사흘간 74명이 미국 국경을 통과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이번 이주 프로젝트를 이끈 알렉스 멘싱은 AP통신에 “이것은 모두에게 좋은 소식”이라며 “다만, 아직 140여 명이 멕시코에서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국경을 통과한 이들은 대개 검문소 등에서 사흘가량 머문 뒤 연방 이민세관단속국(ICE)으로 넘겨진다. 만약 이들이 초기 심사를 통과하면 보호소에서 생활하거나 전자팔찌를 착용하는 조건으로 풀려난다.
이민 법원을 거쳐 최종 망명 신청이 받아들여지기까지는 수년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이들은 고국에서 학대를 받았다는 충분한 근거를 입증해야 한다.
다만, 미국은 현재 망명 신청 대부분을 거부하고 있다. 특히 엘살바도르인 망명 신청의 경우 2012년부터 2017년 사이 79%가 거부됐다.
더욱이 트럼프 정부는 이들이 법의 허점을 악용해 미국에서 불법 체류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어 훨씬 까다로운 태도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어렵사리 미국에 도착했지만, 이들의 앞날은 여전히 무척 불투명한 셈이다. 앞서 미국 정부는 허위로 망명 신청을 할 경우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공지한 바 있다.
이주 행렬 중 한 명으로 엘살바도르 출신 20대 산모 엘린 오렐라나는 “MS-13 갱단의 폭력을 피해 달아났다”며 “(망명을 위한) 싸움은 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캐러밴은 온두라스, 엘살바도르 등 중미 출신으로 멕시코를 가로질러 미국으로 향하는 이주자 행렬이다. 이들은 자국의 가난과 폭력사태를 피해 고향을 등지고 떠난 사람들로 2000년 중반 이주자들이 개인적으로 이동하기 보다 집단을 형성하는 것이 안전하고 사회적 주목을 끌 수 있어 형성됐다.
2010년부터 매년 행렬이 생기지만 자국을 벗어나 난민지위 취득이 목적으로 보통은 미국 국경까지 가지 않고 대부분 멕시코에서 해산한다. 멕시코 정부는 임시비자와 통과 사증을 발급해 합법적 조치를 취하고 캐러밴에게 멕시코의 피난처, 집으로 귀향, 미국 이주 등 여러 선택지를 제시하고 있다.
사실 트럼프가 캐러밴에 대해 적대적 위협을 보이는 이유는 연방 의회가 자신의 국경지대 장벽 프로그램에 대한 예산 배정이 진행되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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