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귓속에 여운으로 남아있는 나의 가장 오래된 기억속의 엄마의 자장가는 어릴 적부터 쉽게 흥얼거려온 엄마의 노래이다. 나중에 알고 보니 바로 “브람스”의 자장가 였다. 엄마의 숨결 달콤한 노래 소리 따듯한 가슴속.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엄마의 품속에서 잠들어 있는 아가의 모습은 아름다운 한폭의 그림. 이것이 천상의 그림이 아닐까... 옛날 할머니의 자장가는 “멍멍개야 짖지 마라~~~우리아기 잘도 잔 다~” 추임새까지 부쳐진 구성진 자장가이다.
우리 아이들에게는 슈베르트와 모차르트 브람스 그리고 멍멍개 등 내가 아는 자장가 모두를 불러 주었던 것 같다. 애들은 별로 기억하는 것 같지는 않으나 아기가 안자면 노래 부르다 지쳐 같이 잠들고 했던 기억이다. 손녀딸 아이에게는 어쩌다 기회가 닿으면 제 엄마가 좋아하는 모차르트의 자장가를 불러 주었다.
한손에는 스마트 폰을 들고 한손으론 아기를 토닥거리는 요즈음 젊은 엄마들도 아기가 잠들기까지 각자의 스킬대로 정성을 쏟는다. 시대의 변천에 따라 아이들은 엄마의 품속에서 적응하게 되어있다.
언젠가 여행 중에 집시들의 춤과 노래를 볼 기회가 있었는데 한 여인은 아주 조그마한 아기를 품에 안은채 춤을 추고 손가락에 카스타넷을 끼고 리듬을 맞추며 아기와 한 몸으로 움직이는 모습이 인상적 이었다. 아기는 춤이 다 끝날 때 까지 깨지 않고 자고 있었다. 아마도 그 아기는 그때부터 리듬과 동작을 엄마와 함께 익히고 몇 년 후에 똑같은 엄마의 모습으로 춤을 출지도 모른다.
한 낮의 밖의 일을 하는 엄마도 그늘지는 나무 밑에 앉아 요람의 아이를 발로 가끔 흔들어주면서 새끼를 꼬아 크고 작은 바구니를 만들고 있는 풍경도 신기하고 아름답게 보였다. 세상의 엄마들은 어떤 환경 속에서도 아이들을 재우고 노래도 춤도 이야기도 들려주며 아이들과 사랑의 관계를 이어 갈 것이다.
브람스는 친구 겸 선생 이었던 슈만이 죽은 후 사랑하는 클라라와 슈만의 아이들을 끝까지 돌보았다고 한다. 그의 아이들에 대한 지극한 사랑과 배려가 그토룩 아름다운 자장가를 작곡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브람스의 자장가는 실제로 아이를 재우며 쉽게 부드럽게 부를 수 있는 심플하면서도 사랑이 가득한 자장가이다. 다른 자장가들과 비교를 해 보자면 슈베르트의 자장가는 그 자신의 소년합창단 시절을 연상케 하는 사람들 앞에서 부를 수 있는 어린이가 부르는 어머니의 노래이면서 동요 같은 자장가이고 모차르트의 자장가는 그의 특성처럼 말이 많고 음표가 많아서 아기를 재우기에는 시간이 좀 더 걸릴 것 같다.(?)
그렇지만 많이 불려지는 자장가이다. 반면에 브람스의 자장가는 아기를 품에 안고 토닥거리며 아기의 새끈 거리는 숨결을 들을 때까지 수십 번 되풀이해도 지치지 않는 돌림노래 같다. 이야기가 너무 개인취향으로 브람스 자장가의 표를 모으고 있는듯하다. 음악을 좋아 하시고 전문가만큼 바이올린과 노래를 잘 하셨다던 나의 아버지는 아침에 일을 가시기전 아이들에게 들려줄 음악을 선곡 하셔서 레코드판을 골라 놓으셨다고 한다. 특히 막내였던 내게는 각별하셔서 어머니는 아버지에게 브람스의 자장가를 배우시고 모차르트 음악도 아기에게 좋다고 틈틈히 듣고 배우셨단다.
지금 같으면 너무나 쉽게 구하고 들을 수 있는 재료들을 그 당시에는 SP판 여러 장을 들어야 한곡을 끝낼 수 있었다. 추억의 장면들이 달콤해서 꿈을 꾸듯 파란 하늘과 따뜻한 햇볕 속에 꾸벅꾸벅 해지는 아 5월이다. 동화 속에 있는 듯 아직도 엄마의 품속에서 자고 있나 싶다. 어머니의 자장가가 들리는 듯 5월은 어머니날이 있어 특별한데 항상 아버지의 그림자가 함께 하여 맑은 하늘과 뭉클한 그리움이 함께 있다. 어머니의 노래는 아버지의 노래이고 브람스의 자장가와 함께 시작한 듯한 나의 음악역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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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스텔라 음악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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