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남편의 양복 입은 모습을 아주 좋아한다. 결혼생활 36년동안 남편의 가장 멋진 모습을 꼽는다면, 단연코 1위는 양복을 입은 모습이다. 남편은 목사이기에 매주일 양복을 입어야 하고, 주중에도 경조사나 교인을 만날 때면 으레 양복은 필수적이다. 7080시대의 기준으로 볼 때에 남편은 키도 그다지 크지 않은 보통 체구에, 본인은 극구 부인하지만 지극히 평범하게 생겼다. 이제 갓 6학년에 들어선 우리 부부는, 병상에 계신 친정 어머니 옆을 지켜야 하는 이유로 본의 아닌 별거가 거의 5년이 되어간다. 예전에 각 방을 쓴다는 것은 부부 사이가 안 좋은 결과물이었는데 이제는 아, 편하다! 기지개를 펴며 이불 속에서 동서남북 발을 뻗어보아도 걸림이 없는 편안함을 즐긴다.
그래도 아침이면 굿모닝!과 함께 어김없이 진한 향의 커피 내음을 맡게 해주는 고마운 남편. 그러다 보니, 남편을 향한 사랑 지수를 유지하기 위해 늘 노력하고 싶어진다. 어느 날, 의견 대립으로 눈을 마주치지 않고 지내다가도 다음날 멋진 양복을 입고 강대상에서 묵직하고 부드러운 톤으로 기도하는 모습을 바라보면, “이 분이 내 남편? 어제 내가 미워한 남편 맞아? 아! 멋지다” 나도 모르게 미움은 스르르 녹아 내리고 어느새 사랑의 접착제가 움트며 그의 심장을 내 가슴에 끌어 안는다.
데이트 시절, 찻집에서 잠시 자리를 비우고 돌아와서 잔을 들면, 어느새 깔아놓은 냅킨 위에 시 구절이 하나 가득이다. 다음 만나는 날, 밤을 새며 나를 주인공으로 써 내려간 중편 소설을 갖다 안기는 그 남자! 쭉쭉 뻗어 내린 필체는 왜 그리 멋진지. 지금 생각해 보면, 멀리 미국으로 보내기 싫으신 부모님이 극구 반대한 결혼을 덜커덕 해버릴 정도의 강력한 사랑의 접착제 1위는 당연히 실제적인 결혼 생활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 글솜씨였다. 지금은2위가 되어버렸지만, 여전히 생일이나 결혼기념일에 남편은 그 멋진 글솜씨로 독자들 앞에 나를 멋지게 띄워 주곤 한다. 어제 환갑을 맞은 아내에게 60송이 장미를 안겨준 사건은 지인의 장례식 참석으로 멋진 외식을 접어야 했던 서운함이 하나도 서운함으로 다가오지 못할 정도로 요즈음 들어 가장 강력한 사랑의 접착제였다.
말로는 사랑을 잘 표현하지 못하는 남편이지만, 건강하게 내 옆에서 양복 입은 멋진 모습을 보여주며,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이렇게 평생 뗄 수 없는 접착제로 사랑을 꼭꼭 붙여 가며 살아 가고 싶다.
<데보라 임(재정설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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