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끔 동창회 또는 어떤 단체 모임에 가기도 하고 그래서 때로는 같이 단체 사진을 찍기도 한다. 그런데 많은 경우 누군가 나서서 사진을 찍을 때에 주먹을 불끈 쥐고 파이팅! 하자고 한다. 그때마다 나는 아니 우리가 친목 목적으로 모였는데 누구와 싸울 일 있소, 파이팅은 왜 파이팅이요 하면서 극구 반대 해 왔다. 동창회라면 어깨동무 하는 사진, 자선 구호 단체이면 사랑을 표시하는 하트를 팔로 또는 손가락으로 그리는 제스츄어 쯤 이 좋을 것 같은데 이런 모임까지도 주먹을 쥐고 파이팅이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이런 모습의 사진을 본적이 없다. 하다 못해 영국, 스페인, 독일, 남미 같은 축구의 나라의 축구시합 응원에도 만세를 부르고 환호하지 파이팅! 싸우자는 말이나 모습은 없다. 아마도 한국만이 전천후로 파이팅하고 외치는 것 같다. 글쎄? 깡패들이 집단 패싸움을 시작 할 때에 출정식이면 그럴 수도 있을 것이지만 말이다. 한국인의 피 속엔 우리 아니면 모두 적이고 그래서 싸워야 하는 DNA라도 들어 있는지 모르겠다.
얼마 전 이야기이다. 서천에 있는 화력발전소에서 일하던 20대 청년이 컨베이어 벨트에 끼어 사망하는 사건이 있었고, 그가 하청업의 비정규직 청년으로 그의 주검이 꽤나 사회에 큰 이슈로 대두되었다. 물론 모 노동조합이 뛰어 들었다. 그런데 내가 놀란 것은 그의 장례이었다. 본래 만장은 상여 뒤에 따르기 마련인데 맨 앞장선 깃발에 ‘고 김용근 열사’ 라고 쓰여 있었다. 김용근 열사라....이준 열사, 유관순 열사, 박종철 열사가 하늘에서 이 깃발을 내려다보았다면 어떤 기분이 들었을까? 더군다나 열사는 비폭력에 기조를 두고 있다.
내가 이런 이야기를 하게 된 전말은 3.1 절을 전후해서 문 대통령을 비롯하여 여러 사람들이 연단에서, 그리고 TV에서 또는 신문 등의 지면에 등장했다. 그런데 아주 많은 분들의 말이나 글에서 온통 혁명이란 단어로 도배를 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동학혁명, 3.1 혁명, 4.19 혁명부터 촛불혁명까지 온통 혁명으로 도배되어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혁명이란 전투적인 단어를 너무 남발하는 것 같다. 그리고 그것이 본래의 숭고한 뜻을 오히려 훼손시키는 것 같다.
동학? 이것은 봉기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전봉준부터 동학의 접장을 지냈던 백범 김구 까지 또 농민 같은 서민들이 탐관오리 부패한 관리에게 향한 봉기이었다. 그리고 결과는 혁명이 아니라 청일전쟁을 일으킨 명분만 주었을 뿐이다.
3.1 혁명, 이건 말도 안 된다. 3.1운동이다. 그 숭고한 3.1 정신을 혁명이란 이름으로 먹칠해서는 안 된다. 세계 모든 사람들에게 알린 민족자결주의의 숭고한 비폭력의 3.1정신을 혁명이라니 안 될 말이다.
그리고 4.19는? 나는 당시 대학교 일학년 학생으로 데모의 참여자이다. 우린 정말 당시에 선거부정과 자유당의 장기집정에 대항해서 일으킨 의거이었지 혁명이란 무엇인지도 몰랐다. 또 혁명이라면 나는 참여도 안 했을 것이다.
그리고 6.3은 6.3 민주화 운동, 5.18은 5.18 민주화 항쟁, 광화문에서의 촛불 데모는 촛불 시위로 쓰는 것이 본래의 취지에 맞는다고 생각한다.
어느 또 무슨 세력이 이 모든 숭고한 국민의 의거, 봉기, 항쟁, 외침과 운동을 자기의 정치적 목적을 위하여 아전인수 격으로 억지로 혁명이란 영역에 가두어 두려는 음모가 아닌가 싶은 의심마저 든다. 우리는 이 고귀한 우리의 과거 행적을 혁명이란 단어로 포장 남발하지 말고 그 진정한 의미의 뜻을 지키며 값싼 말로 전락시켜서는 안된다고 강조하고 싶다.
열사, 혁명 너무 남발하여 값싼 말이 되지 않도록 하자. 또 본래의 숭고한 말들의 뜻도 지키고 보존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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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묵 문인/ 맥클린,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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