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여름에 가족 치료사인 브래드쇼(Bradshaw)의 책 ‘가족-진정한 나를 찾아 떠나는 심리여행’을 읽으면서 이런 심리·상담 관련 서적을 사람들과 함께 읽고 배우면 참 좋겠다. 자신을 이해하는 통찰력을 통해 가족 내 갈등과 어려움을 객관화해서 보는데 도움이 될텐데…’란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한인 책방 뿐 아니라 대형 서점도 문 닫는 요즘, 함께 책을 읽자면 누가 올까? 괜한 일을 벌이는 것은 아닌가’란 생각에 몇 달 동안 주저했다.
근데 ‘하고 싶으면 그냥 해봐. 해 봐야 잘 될지 안 될지 알지’란 마음의 울림이 점점 커져서 결국 연초 ‘북Talk’ 심리상담사와 함께하는 북클럽’을 시작했다. 우울증이나 불안장애 등을 겪는 이들을 만나는 ‘임상 심리상담사(clinical counselor)’의 역할을 내려놓고, 평범한 사람들과 일상에서 겪는 고민과 갈등, 관계의 어려움 등을 새로운 시각과 관점에서 바라보고, 문제로부터 나를 분리하는 방법을 함께 배우고 나누는 ‘보통 사람들의 성장 심리학’ 모임이다.
적어도 상담심리학 공부가 내게는 그런 과정이었다. 내 속에 얽히고 혼란했던 감정들, 억누르고 외면해온 생각들, 살짝 덮어두었으나 여전히 냄새 나는 상처들, 갑옷처럼 무겁던 불안과 두려움 등이 배움을 통해 하나씩 이해되고 설명될 때마다 마음에 꽃 피던 자유가 좋았다. 영국의 철학자 베이컨의 말처럼 ‘아는 것은 힘’이었다. 물론 지식 그 자체가 사람을 바꿀 수는 없지만, 그것을 나의 것으로 받아들이길 선택하고 훈련하다보면 어느새 지식이 힘이 되어 나를 일으켜 세우고 성장시키는 귀한 경험을 지금도 하고 있다.
모든 치유와 성장은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고 사랑하는 것에서 시작한다’고 믿었기에 <자기사랑노트>로 첫 발을 뗀 ‘북Talk’이 끝났다. 별칭을 사용하고 개인정보를 나누지 않는 안전한 공간에서 자신의 아픔을 드러내는 용기를 통해 얻은 깨달음과 통찰력,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나를 만나는 6주 동안 참가자들의 표정이 점점 밝아지고 ‘남편이 제 마음의 품이 넓어졌대요’라는 고백을 들으며 ‘정말 잘 시작했구나’란 마음이 번진다.
이번 주부터 오전과 저녁에 다시 시작하는 ‘북Talk’ 교재는 바운더리 (boundary)를 쉽고 명료하게 정리한 ‘관계를 읽는 시간’을 골랐다. 할 수 없을 때 ‘No’라고 거절하면서 죄책감을 느끼는 사람, 좋은 사람으로 인정받으려고 자신의 필요는 무시한 채 다른 사람의 필요에 더 예민하여 쉽게 상처 받는 미성숙한 착한 사람, 희미하거나 경직된 바운더리로 관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을 초대한다.
사람들의 고민을 듣거나 상담 하면서 제일 많이 듣는 이슈는 관계의 어려움이다. 분명히 참으로 애쓰고 노력하는데도 여전히 엉망진창을 호소한다. 특히 부부나 부모-자녀 간의 관계의 갈등은 어려움을 넘어선 고통과 아픔이다. 몸이 아플 때에 우리는 뭔가 문제가 있음을 알게 된다. 그래서 아픈 게 꼭 나쁜 것은 아니다. 췌장암처럼 암세포가 다 번졌는데도 통증이 없는 게 더 위험하다. 누군가와 관계의 어려움으로 아프고 힘들다면, 그것은 두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조율과 개선이 필요한 경보 표시다. 그 동안 죽어라 애쓴 방식은 대부분 부모로부터 전수받은 방법이다. 만약 그 방법이 효과가 없다고 여전히 고통스럽다면 이제 새 방법을 찾아 배울 시간이다.
‘저 사람이 문제인데 나만 혼자 배운다고 도움이 돼요?’라고 많이 묻는다. 관계는 두 사람 사이의 공간이다. 천장에 매달린 모빌 장난감에서 장난감 하나가 변하면 무게 중심이 바뀌듯이 내가 나의 바운더리를 건강하게 세우면 두 사람 사이의 공간인 관계도 새롭게 변한다. 그렇기에 혼자만의 노력이 결코 헛되지 않다. 시간과 형편상 북클럽을 함께 할 수 없다면, 칼럼에 소개된 책들을 가족이나 모임에서 같이 읽고 나누는 소그룹을 만들면 좋겠다. 왜냐하면 ‘아는 것은 힘’이니까. 4monicale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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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니카 이 심리상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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