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70%를 차지하는 바닷물을 요동치게 할 수 있는 힘은 지구상에는 없다. 굳이 찾자면 기후 변화로 인한 태풍과 지진 영향으로 인한 쓰나미 정도인데 이것들마저도 저 거대한 바닷물을 매일 출렁거리게 할 수는 없다. 영국의 아이작 뉴턴은 밀물과 썰물현상을 지구밖인 달에서 그 힘의 원천을 찾아 냈다. 유일하게 생물이 살수 있는 지구마져도 태양과 달 같은 만물과의 상호작용으로 생명을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모든 것들이 한꺼번에 삶의 저편으로 밀려나가 버릴 때 문득 어린 시절의 바닷가가 떠오른다. 썰물의 광활한 모래사장에 우리는 마음껏 그림을 그리며 뛰놀았다. 시간가는 줄 모르고 놀다 보면 어느새 등 뒤에서 소리없이 밀물이 성큼 다가와 있었다. 약간의 무서움과 두려움을 가지고 점점 다가오는 물살을 피하자 잠시후 거대한 파도도 끝내는 백사장에서 말없이 수평으로 드러 눕는다.
저 건너편 아득한 곳에는 어떤 세상이 있을까? 출렁이는 파도는 매일 나를 유혹했다. 썰물이 모든것을 휩쓸어갈 때마다 그를 따라 이곳을 떠나겠노라고 내 자신에게 수도 없이 다짐하듯 말했다. 썰물 때에 어김없이 빠져나간 물살! 그것은 장차 삶의 회오리 일수도 있고 갈망하던 소망일수도 있다. 하지만 떠나보자. 그래서 바람 부는 대로, 물결 치는 대로 파도를 베게삼아 떠나 보자. 그후 뭍의 긴 여정 동안 파도는 너무 젊고, 어리석고, 순진한, 가난한 소년에게 ‘수평적인 평등’의 가치를 깨우쳐 주었다.
바다는 비운 만큼 다시 채우며 수평을 이루며 사는 지혜를 일깨워 준다. 경쟁과 욕망 에 집착한 수직적 삶은 바다에서는 허락되지 않는다. 산길은 정상을 차지하려는 사람 들이 많을수록 좁고 가파르다. 바다는 누구에게나 열려있고 수평하여 기회가 균등하 다. 하지만 산은 힘있는 자에게만 열려 있고 수직이여서 권력에 따라 기회가 다르다. 수직의 구조적 메카니즘은 바로 불평등이다. 바다와 산은 평등사회와 계급사회를 투영하고 있다.
영혼이 잊혀진 곳에서 육지의 산들 바람이 삶이 흑백이라고 거짓말한다. 야생의 바람이 불어오는 안개가 자욱한 바닷가 바람은 삶의 진실을 말한다. 온 세상을 삼킬 수 있는 파도의 포효를 들으며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정확히 알았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분명히 알았다.
깊고 넓은 바다, 풍성한 바다, 생명으로 출렁이는 바다는 나의 삶을 바꾸어 놓았다. 뻘 밭에 아로 새겨진 길을 따라 미생물도 저 마다 삶의 길을 내며 간다. 기쁨과 슬픔, 절 망과 희망의 파노라마가 인생 행로에 펼쳐졌다. 그 길 위에 잔잔히 떠도는 삶의 잔주 름들이 보이고 잠시 뒤돌아 보니 비우는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자연에는 여러 흐름이 있다.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이라는 계절의 순환 흐름이 있 다. 또한 낮과 밤이라는 명암의 흐름이 있다. 그리고 썰물과 밀물이라는 바다의 중력의 흐름이 있다. 인간에게는 이와 비슷한 삶과 죽음이라는 흐름이 있다. 그런데 자연의 흐름과 달리 동물세계는 삶과 죽음사이에 귀소본능 성질이 있다. 자기 서식처나 둥지로 되돌아오는 꿀벌, 개미, 비둘기, 제비, 연어처럼 인간에게도 고향에 대한 향수가 있다. 바다에서 태어나서 바다에 묻히고 싶은 것이 귀소본능일까? 점점 그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나이가 들어 다시 찾은 고향의 바닷가는 어떤 모습을 나에게 다시 보여 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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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국 정치 철학자,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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