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시 보는 명화...‘태양은 가득히’ (Purple Noon·1960년) ★★★★★

탐 리플리는 자기를 업신 여기는 친구 필립을 생선칼로 찔러 죽인다.
사악하게 매력적이다. ‘금지된 장난’을 연출한 르네 클레망이 1960년에 만든 프랑스영화로 에로틱하고 살기 감도는 범죄스릴러다. 비수같이 찌르고 들어오는 새파란 눈동자의 절세 미남 알랑 들롱을 세계적 스타로 만들어준 명화다. 원작은 패트리샤 하이스미스가 쓴 ‘재주꾼 미스터 리플리’(The Talented Mr. Ripley).
들롱의 매력이 완벽하게 발산된 야무진 영화로 그는 간교하고 이기적이며 표독스러운데도 저항하기 힘든 카리스마를 지녀 살인자인 그를 옹호하게끔 만든다. 특히 작품 속의 바다 색깔처럼 새파란 그의 눈동자가 내뿜는 연기가 일품이다. 동경과 시기와 질투, 탐욕과 증오와 비굴함 그리고 간계와 살의를 함께 지닌 눈동자의 연기가 변화무쌍하다.
그의 또 다른 매력은 약간 빈약한 듯 하면서도 균형 잡힌 육체의 노출된 상반신의 살갗과 복장. 맨발에 흰색 간편화, 맨살 위에 입은 셔츠 속으로 보이는 금속메달과 허리띠 안 맨 바지 그리고 그가 살해한 친구의 것을 빌려 입은 길이가 약간 짧은 상의와 하의는 그 때 그 때 이 살인자의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탐 리플리(들롱)는 나폴리 인근 작은 해안 마을 몬지벨로에서 애인 마지(마리 라포레)와 허랑방탕한 날들을 즐기고 있는 친구 필립 그린리프(모리스 로네)를 미국으로 데려가기 위해 이 곳에 온다. 필립의 백만장자 아버지로부터 5,000달러를 받기로 하고.
필립의 옷과 별장과 요트와 아름다운 마지를 동경하는 탐과 겉으로는 그를 친구처럼 대하나 실은 종처럼 업신여기는 필립 간에 계급투쟁의 긴장감이 터질 듯이 감돈다. 그리고 이 권력투쟁은 바다 한가운데 뜬 요트에서 탐이 생선 자르는 칼로 필립을 찔러 죽이면서 마감된다.
위조와 모방에 뛰어난 탐은 필립의 사인을 위조, 은행서 필립의 돈을 인출하고 필립의 신원을 차용한다. 그리고 슬픔에 빠진 마지마저 자기 것으로 만든다. 그러나 가득히 내려 쬐이는 태양이 다소 불편한 것 외에는 아무 불만이 없는 탐의 완전범죄는 마지의 비명과 함께 산산이 깨어진다.
태양 아래 눈부신 바다와 해변마을의 절경을 찍은 촬영과 니노 로타(‘대부’의 음악 작곡)의 약간 서글픈 색깔을 띤 주제음악도 훌륭하다. 이 영화는 맷 데이몬(탐 역)과 주드 로(필립 역) 그리고 그위니스 팰트로(마지 역)가 나오는 ‘재주꾼 미스터 리플리’로 리메이크 됐다.
7일 오후 4시 Aero(1328 Montana Ave. 산타모니카) 극장 상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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