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첫 사랑’(First Love) ★★★ (5개 만점)

창녀 모니카와 권투선수 레오는 우연히 만나 숙명의 연인 사이가 된다.
목과 사지가 뎅강뎅강 날아가고 피가 화면을 흥건히 적시는 끔찍한 유혈폭력 영화의 장인 타카시 미이케 감독의 살인과 폭력과 로맨스와 코미디가 뒤엉킨 장르 팬들의 영화로 그의 다른 영화들에 비하면 폭력이 덜 한편이다. 컬트 무비의 대가 미이케의 영화 ‘오디션’과 ‘이치 더 킬러’를 본 사람들이라면 알겠지만 그의 영화는 어찌나 잔혹하고 끔찍한지 기가 막혀 오히려 웃음이 터져 나온다.
이 영화에서도 사무라이 칼에 의해 여러 사람의 목과 팔이 날아가는데 이런 극한적인 폭력에 새카만 유머를 듬뿍 첨가해 킬킬대며 즐기게 된다. 게다가 청춘의 풋사랑마저 더해 영화의 사나움을 달래준다. 그러나 미이케의 다른 영화들에 비하면 줄어든 폭력의 비중만큼이나 재미도 다소 덜 하다. 미이케는 30여년의 영화생애를 통해 100여 편의 작품을 만들었는데 그와 타란티노의 스타일을 비교해 볼 만 하다.
도쿄의 하룻밤. 주인공은 불행한 가족 배경을 지닌 젊은 권투 유망주 레오(마사다카 구보다). 그가 연습 도중 상대의 가벼운 펀치에 녹다운 되면서 병원엘 찾아간다. 결과는 뇌종양. 시한부 삶의 선고를 받은 레오는 이제 겁날 것이 없어 무모한 짓마저 마다 않는다.
그가 어느 날 밤길에서 야쿠자에게 쫓기는 젊고 아름다운 모니카(사쿠라코 카니시)를 구해주면서 둘은 운명적 연인 사이가 된다. 모니카는 야쿠자에게 빚을 진 아버지에 의해 야쿠자에게 팔려 몸을 팔면서 마약중독자가 됐다.
둘이 본의 아니게 말려드는 것이 젊은 야쿠자 카세(쇼타 소메탄)의 배신과 한탕. 카세는 곧 자기 두목에게 전달될 마약을 부패한 형사에게 알려준 뒤 그 대가로 마약의 일부를 챙겨 도주할 계획이다. 그리고 자신의 배신을 라이벌인 중국인 갱에게 뒤집어 쓰인다. 그래서 야쿠자와 중국계 갱 간에 유혈폭력이 일어나고 사체가 산더미처럼 쌓인다.
영화 전반부는 보통 범죄 스릴러 형식으로 평범하다시피 한데 마지막 창고에서 벌어지는 유혈참극이 점입가경이다. 후반에 들어 얘기를 간간 만화로 보여주는데 재미있다. 미이케의 영화는 필설로 표현하기가 어렵게끔 잔인무도해 보지 않고서는 상상을 하기조차 힘들다. 전연 기대와 달리 끝난다. 10월3일까지 뉴아트(11272 샌타모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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