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이 깔리기 시작한 어느 날, 상처 입은 독수리들이 벼랑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날개 끝을 총에 맞은 새, 다른 독수리와 싸우다 다친 새, 지쳐 낭떠러지에서 떨어져 다친 새 등 이들 모두는 상처로 쓰러질 것만 같았다. 이제 날씨가 추워지는데 이렇게 부상당한 몸으로 힘들게 사는 것 보다 자살을 하는 편이 낫지 않겠느냐고 모두 이야기를 했다. 이 때 망루에서 파수를 보던 커다란 영웅 독수리가 급히 내려와 말했다. “아무리 몸이 괴롭더라도 너희들은 살아보려고 노력도 하지 않고 죽을 생각부터 하는 거야. 내가 너희들 보다 크고 강하지만 나 역시 상처가 많이 있단다. 여기를 좀 봐.”
그리고 그는 날갯죽지를 들었다. 그곳은 찢기고 할퀸 자국으로 성한 곳이 없었고, 아직도 피가 맺힌 곳도 있었다. 솔가지에 앉으려다 찢기고, 공격하는 독수리가 달려와 싸우다 몇 번이나 죽을 고비를 넘기며 생긴 이 마음의 빗금 상처자국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단다. 그리고 이 세상에 상처가 없는 독수리는 태어나자마자 죽어버린 독수리들 밖에 없다고 한다.
우리는 요즘 코로나 바이러스-19로 정말 어려운 시간들을 보내고 있다. 그 많은 일상 속에 지난날의 행복들을 가볍게 여긴 탓으로 벌을 받고 있는 것일까? 우리는 그동안 바쁜 이민 생활을 지나오며 어느 날은 상처도 받고, 어느 날은 기분 나쁜 일이 있어 저녁에 지친 몸을 끌고 돌아오면서 남들은 고생이나 상처 없이 쉽게 사는데 왜 나만 이리 어렵게 사나 하며 회의한 적도 있었다. 그런데 큰 영웅 독수리처럼 크고 모든 것을 얻은 것 같은 사람도, 또 세상 모두를 지휘할 것 같은 사람도 그 나름대로 자기 몫의 고민과 아픈 상처를 가지고 있는 것은 보통이다.
때때로 인생이 힘들고 상처투성이의 모순으로 몰려온다 해도 포기하지 않고 오뚜기처럼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용기가 우리에게는 필요하다. 세월이 빨리 지나는 동안 날 낳으신 분은 먼 길 가신 지 오래 됐고, 형제자매는 울타리뿐이요, 자식들은 어느새 품 안에서 벗어나 조금씩 멀어져 가고 있다. 털어도 털릴 것 없고 비워도 비워지지 않는 우리 인생, 이제는 감사와 은혜를 더 배우며 살아가야겠다.
<이혜란 국제 펜클럽 워싱턴 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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