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모르는 국제전화가 왔다. 누구시냐고 물으니 아내의 이름을 대면서 옛 제자라고 한다. 이곳으로 이사온지도 얼마 안 됐는데 어떻게 연락이 되었는지 간혹 한국에서 친구들이 카톡으로 근황을 알리는 일들도 있고 더러는 제자들이 전화를 하는 일도 있지만 말이다.
열심히 성경 필사를 하고 있는 안 사람을 바꾸어주니 처음에는 누군가 생각이 안 난다고 하며 거기가 어디냐 물으니 스페인이란다. 이름을 묻고 과거 자기 소개를 하더니 생각이 난다며 반가워하더니 거슬러 올라가 이야기가 열이 붙는다. 거의 40년 전의 여고생이 이제는 60을 바라보는 세월이 흘러 굉장히 감회가 새로운 모양이다.
희미한 기억으로 어렵게 고학을 하다가 한국에 와 있던 프랑스 남편을 만나 낯선 땅으로 가서 외지인으로 어렵게 살았나 보다. 지치고 힘들 때 친구와 연락이 닿아 두어 번 서신을 주고받으며 위로하면서 성경책을 보내고는 “하늘의 소망을 바라보며 신앙을 가지길 기도한다”고 한 일이 떠오른단다.
누구나 외롭고 무엇이나 붙잡고 싶을 때 찾는 이가 하나님이 아닐까. 그러면서 우리가 이사 온 곳에 동생이 있어서 여러 번 갔었고 다가오는 금년 시월에 하늘길이 열리면 찾아뵙고 싶다고 하며 감격해 한다.
사람은 누구나 그리움을 먹고 산다. 그리고 사랑을 주고받으며 살며 또한 행복을 추구하고 미래를 향해 기대를 바라고 사는 게 인생 여정이다. 그러나 지나친 욕심을 부리거나 더불어 살기를 거부할 때나 가진 것에 만족하지 않을 때 화가 들어와 모욕을 당하고 인생의 바닥으로 내려앉는 것을 수없이 보았다. ‘운이 없나봐' ‘길이 안 열려' ‘남들은 잘도 풀리는데…’ 운운 하는 것을 보면 강에 얼음이 녹아야 뱃길이 열린다고 하는 뱃사공의 넋두리 같다.
옛 어른들은 말수가 적은 사람을 일러 “입이 무겁다”라고 하기도 하고, 김수환 추기경의 명언 중에 “말을 많이 하면 필요 없는 말이 많으니 양 귀로 들으며 입은 세 번 생각하라!”고 한 것이 있지만 그래도 할 말은 해야겠다고 우기는 사람치고 짧게 요지만 말하는 사람이 흔치않다.
그러나 하늘길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마음길도 열어야 소통이 되고 화해가 되고 화합이 되며 합심이 되는 것을 알면서도 독재나 작당이나 이기심 때문에 갈등이 생기고 문제가 터지고 싸움이 생기는 것이 인류 역사가 아닌가.
예전에 전기가 없었을 때에 촛불이나 등잔불이 꺼졌을 때나 아니면 마치 깜깜한 밤에 정전이 되었을 때 놀라는 일처럼 소통의 부재 속에 살면서 개인의 사생활이란 미명 아래 대화의 담을 쌓고 살면서 불행하다고, 대화가 안 된다고, 말이 안 통한다고, 세대 차이라고, 이해 못 한다고 해서 우기고 사는 마음들은 한결같이 마음길이 닫힌 사람들이 분명하다.
문이란 들어가고 나가는 기능인데 닫아 놓으면 벽이 되는 것이 아니겠는가. ‘하늘 길이 열리면 마음 길도 열어 소통이 잘 되어 소근소근 또는 왁자지껄하며 지나온 이야기꽃을 피우며 살아야지!' 하며 환한 얼굴들을 하자고 거울을 바라보며 혼자 신나게 웃어본다.
<박보명 매나세스,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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