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라서 떨어져 쌓인 쭈그러진 누런 잎사귀를 보면서
한여름 땡볕을 가리고 그늘을 주던 고마움을 기억하노라
새봄에 싹이 돋아나고 무성한 가지가 바람에 흔들리던 때를
그 플라타너스 나무 속에 새들이 둥지를 틀던 때를 기억하노라
무더기로 길가에 떨어져 밟히는 불쌍한 낙엽을 모으면서
휑하게 가지가 비어있는 허리 굽은 나무를 울려다 보면서
예외 없이 종말終末을 맞아야하는 우리의 숙명宿命을 느끼노라
만남의 기쁨도 헤어져야 하는 우리의 슬픔도 생각하노라
밤새 이슬에 젖으며 울다가 떨어진 축축한 낙엽을 모으면서
예고도 없이 우리에게 들려올 조종弔鐘 소리를 두려워 하노라
비록 지나간 시간의 소중한 추억과 즐거움도 있지만
그 기억마저 점점 희미해지는 것을 두려워 하노라
그래도 낙엽을 볼 수 있는 시력視力이 남아 있음에 감사하고
부족했던 이웃사랑이 차츰 자라고 있음에 행복을 느끼노라

<서윤석 / 헤이마켓, V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