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고 날씨가 따뜻해지니 겨울 동안 가지 않았던 등산을 가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버지니아는 셰넌도어 산이 수려하고 수십 개의 하이킹 코스가 있다. 산 외에도 포토맥 강을 따라 국립공원이나 주립공원도 여러 군데가 있어서 산책하기에도 천혜의 자연을 갖추고 있다.
등산이나 산책을 할 때, 누군가와 같이 걸으며 이야기를 재미있게 주고받다 보면, 피로한 줄도 모르고 어느 틈에 산 정상에 가 있거나 하산을 하여 차를 파킹한 곳에 도착해 있다. 마치 다리가 아니고 입이 데려다 준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다. 이야기를 하면 숨이 더 차지만, 오히려 힘이 덜 든다고 느낀다.
한 가지에 집중하면 다른 것을 잊는 속성 때문에, 이야기하는 동안 다리의 힘듦을 잊는다. 적당한 수다는 스트레스가 풀리지만, 쉬지 않고 이야기를 하면 에너지가 많이 소모되므로 홀로 조용히 걷는 시간도 필요하다. 체력 단련과 에너지 재충전의 등산 본연의 목적을 달성하려면, 각자의 체력에 맞는 적당한 거리를 하이킹하고 적당히 말을 해서 지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어떤 사람들은 산 정상에 빨리 올라가려고 쉬지 않고 가는데, 무릎에 무리가 되므로 가끔 쉬어 가며 하는 것이 덜 지치고 건강에도 좋은 방법이라고 한다.
이야기에 신경을 쓰다 보면 모처럼 조용히 빠져볼 수 있는 자연과의 대화를 놓칠 수 있다. 산 속에 이른 봄에 피는 꽃들은 보아주는 사람이나 알아주는 이가 없어도 때가 되면 아름답게 피어 경이롭다. 꽃과 나무들, 골짜기를 흐르는 물소리, 산의 웅장함에서 자연의 신비와 창조자를 생각해본다. 세상이 초개 같이 보이고 세상의 부귀 영화와 근심 걱정도 별거 아닌 것 같아 보인다.
수다만큼이나 등산에서 중요한 점은 먹는 일이다. 등산 중간 중간에 마시는 물과 과일, 야채는 꿀맛이다. 평소에 날것으로 잘 먹지 않던 오이, 파프리카나 당근 등 채소들이 너무나 달다.
점심 시간은 또 얼마나 즐거운가! 그야말로 학창 시절에 다니던 소풍 그 자체다. 일행들과 싸온 반찬을 서로 나누면 단번에 진수성찬 뷔페가 차려진다. 문제는 과식하여 몸이 무거워지면 운동하여 상쾌해진 컨디션이 불쾌한 기분으로 바뀐다.
어떤 남자분들은 하산 후에 음식점에 모여서 술까지 마신다고 들었다. 기분이 풀어진다고 생각하지만 이것이야말로 독약과 같다고 한다. 몸 속의 칼륨이 빠져서 등산의 효과가 크게 감소한다는 것이다.
등산과 수다와 먹는 것을 연관지어 보니, '우리네 인생의 여정도 등산의 여정과 마찬가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인생도 함께하는 즐거움으로 고생을 잊는 시간, 홀로 지내는 시간, 휴식 시간으로 보낸다.
알맞은 일과 운동, 말하기와 먹기, 적당한 휴식의 안배가 등산이나 인생을 사는 데에 필요한 것을 알 수 있다. 양쪽 모두 '지나치면 모자람만 못하다'는 경구가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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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옥 / 포토맥 문학회,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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