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님 안나 여사와 사별 후 10여년 홀로 계시다가 이제 다시금 청년시대처럼 두 분이 천국에서 다시 해후하시게 되었군요. 두 분 다 조용하시나 그 활활 타오르던 열정이야 어디 가겠습니까!
불가에서 한번 소매 끝을 스쳐도 전생에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만남의 인연의 결과라 하는데 반세기 이상을 천생의 연분으로 부부의 연을 맺으셨습니다. 청년은 조그맣고 가난했었던 동양의 동쪽 끝 한국에서 온 꿈 많던 의사 초년병, 처녀는 유럽의 중심 독일에서 온 나이팅게일을 꿈꾸던 수줍어 하던 품위 있는 파란 눈의 간호사였습니다. 불철주야 성심과 노력으로 반듯한 가정을, 사회적으론 타의 모범이 되시는 든든한 큰 대들보 역할(재미한인의사회 전국 회장 역임 포함)로 많은 이들의 부러움과 존경을 한 몸에 받으신 삶이 결코 우연은 아닐 것입니다.
한 번은 이런 개인적 일이 있었지요. 서 박사님 댁 저녁식사에 초대 받았는데 사모님이 손수 차리신 밥상 음식은 순 한국식이었지요. 맛의 호불호를 떠나 그 지극 정성에 감탄했고 참으로 대단하신 옛날식 현모양처, 서양이나 동양의 그런 면에서의 문화적 차이는 없다는 것을 그때 느꼈지요.
그 뿐 만이겠습니까? 독일인의 근검절약이 몸에 배서인지 넒은 정원을 트랙터를 타고 손수 잔디를 깎던 모습도 떠오르는군요.
남편이 얼마나 부인에게 잘하면 부인이 이토록 남편을 위해 모든 걸 잘할까! 옆에서 바라보면 볼수록 이런 게 천생연분이라는 거구나 하던 일들이 한 두 가지가 아닙니다.
서 박사님은 거인이셨지만 결코 거인인 척하지 않으셨지요. 늘 친절하시고 겸손으로 후배들, 후학들에게 행동으로 모범을 보여주셨던 참으로 거인이셨습니다.
거의 일생을 봉직하셨던 버지니아의 페어팩스 병원에서 평안히 운명하셨다니 이 또한 착한 이에게 주님께서 베푸신 큰 은혜라고 여겨집니다.
이제는 비록 이 세상에서 다시 뵈올 수 없는 형님 같으셨던 나의 존경하는 서 박사님을 사모님 곁으로 가시도록 기도드립니다.
안녕히 가십시오. Joseph Hong S. Sirh, 서홍석 박사님!
<문성길 / 전 워싱턴서울대 동창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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