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코로나는 보스턴으로 예정되었던 캠퍼스 투어의 시작으로 다가왔다.
나는 앨라배마 주 메디슨에 살고 있는 현재 12학년이 될 고등학생이며, 코로나 19 팬데믹이 선언된 지난해 3월11일에는 봄방학을 직전에 앞두고 있었다. 그때만 해도 하루 종일 마스크를 쓰고 학교생활을 하게 될지 상상도 하지 못했고 코비드 19 확진으로 인해 함께 수업을 듣던 친구들이 뭉텅뭉텅 교실을 비우게 될지도 몰랐다.
나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미국 학생들은 대면 혹은 비대면 수업을 선택해야 했고, 대면 수업을 선택한 나도 학교에 가는 날보다 내 방에서 온라인 수업을 대신하는 경우도 허다했다. 자발적 격리생활을 하는 동안에도 엄마의 성화에 힘입어 나름 규칙적인 생활을 하기 위해 평소 학교에 가듯이 기상해 아침을 먹고 티셔츠라도 외출복으로 갈아입은 채 수업에 임하곤 했다. 사춘기를 벗어나긴 했지만 그래도 워낙 소심한 성격이라 내 모습을 비추는 카메라는 꺼둔 채 수업을 받기도 했지만, 그것도 차츰 익숙해져서 화상 수업에서도 곧잘 질문도 하고 숙제 발표를 하기도 한다.
코비드 19으로 인해 가장 당혹스러웠던 순간은 지난해 5월에 치른 AP 시험이었다. 시험 당국도 사상 초유의 사태라 만반의 준비를 했겠지만 당사자인 고등학생들, 즉 나와 친구들도 긴장 속에서 시험을 준비했었다. 혹시 모를 인터넷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해 와이파이 증폭기를 설치하고 시험 당일 사용할 랩탑의 성능도 꼼꼼히 확인해두었다.
하지만 슬픈 예감은 늘 적중한다고 했던가? 지난 1년간 열심히 공부하고 연습했던 답안작성을 다 잘 마치고도 AP시험 관장 사이트의 트래픽 과부하가 문제였던지 나를 포함한 무수한 수험생들의 답안지가 로딩에 실패하는 일이 벌어졌다. 각자의 방에서 시험을 치르던 전국 수만 명의 고등학생들이 시험 종료 순간 일제히 내뱉은 신음소리가 마치 내 심장을 통해 울려 퍼지는 듯한 공포를 느꼈다. 이 문제는 나에게만 일어난 것이 아니라 같은 주 내내 다른 과목의 AP시험 동안에도 연거푸 일어났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무수한 재시험을 통해 우리의 AP시험은 구원받았지만, 나의 첫 답안지가 훨씬 더 훌륭했을 거라는 억울함은 아직도 아쉬운 마음이 들게 한다.
올해는 재시험 사태 없이 무사히 학기를 끝냈고 앞으로 두 달간 방학이라 동생과 함께 백신을 접종했다. 나와 우리 가족들은 1차 접종 후 다행히 아무도 힘들지 않았으며 며칠 후 예정된 2차 접종도 무사하게 지나가기를 바란다.
부모님은 이번 여름 다시 보스턴 캠퍼스 투어를 준비 중이시다. 지난해 취소했던 숙소나 비행기 티켓의 막대한 크레딧을 유효기간 내에 써야한다는 이유로 나를 설득하시지만, 원칙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고등학생인 나에게는 아직은 섣부른 행보인 것처럼 느껴진다. 밀폐된 공간인 비행기, 사람 많은 대도시, 바깥에서의 식사 등 여기저기 널려있을 듯한 감염의 위험이 얼마나 클지 상상이 되지 않고, 혹시 여행으로 인해 생긴 건강상의 문제, 즉 코비드 19의 감염이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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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원 제임스 클레멘스 고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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