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는 홍명기 회장님
갑작스런 타계소식은 청천벽력과 같습니다.
지난 주말에도 정정하신 모습으로 도산 동상 제막 20주년 기념식을 이끄시고 이민 선조 후손들과 자리를 함께 하셨는데 불과 며칠 만에 운명하셨다니 믿을 수가 없습니다.
아직도 한인사회를 위해 하실 일이 태산같이 많은데 이렇게 황망히 떠나시니 먹먹한 슬픔과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습니다. 부인 로리 홍 여사를 하늘나라로 떠나보내신 게 작년 8월23일, 꼭 1년여 만에 선배님마저 떠나시니 망연자실할 따름입니다.
회장님은 한인사회의 큰 어르신이셨습니다.
오로지 이민 선조들의 고귀한 뜻을 우리 후세들에게 계승하고 한인사회의 권익 증진과 발전을 위해 마지막까지 몸소 선두에 서서 저희들을 이끌어 주셨습니다.
한인사회 정치력 신장을 위한 끝없는 지원으로 LA시의원과 연방하원의원을 2명이나 배출하시어 이민 120년사의 이정표를 우뚝 세우셨습니다.
제가 회장님을 UCLA 선배님으로 모시게 된 것을 언제나 자랑스럽게 생각해 왔습니다. 선배님을 처음 뵙게 된 것은 25년 전 남가주한국학원이 폐교위기에 처했을 때 ‘해외 한인 2세들의 한국어 교육의 산실인 남가주한국학교를 살려야 한다’고 하시며 분연히 앞장서셨을 때입니다.
그때 거액을 내놓으시면서 한인들을 독려하셨고 300여만 달러의 기금을 모은 것이 오늘날 남가주한국학교의 맥을 잇게 한 원동력이 됐습니다.
진정한 교육가이셨습니다.
꿈나무들을 위한 장학사업에 발 벗고 나섰고 더구나 한인 후세들을 위한 후원에는 정성을 아끼지 않으셨습니다.
UCLA에 한인이민사를 연구하는 코리안 아메리칸 석좌교수직 신설을 후원하셨고 UCLA 화학과의 장학기금으로 200만 달러를 선뜻 내놓으셨습니다. 그때 “젊은이들은 꿈을 꾸어야 한다. 꿈이 없는 젊은이들은 미래가 없다, 젊은이들의 꿈이 없는 민족은 희망이 없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도산 안창호 선생의 진정한 후계자이셨습니다.
당신의 피에는 도산의 피가 흐르는 것 같았습니다. 도산 안창호 선생의 무실역행(務實力行), 충의용감(忠義勇敢) 정신을 몸소 실천하시면서 도산 정신을 한인사회에 심어주기 위해 노력하시던 모습을 잊을 수 없습니다. 이같은 몸에 밴 ‘무실역행’ 정신으로 약속을 목숨과도 같이 중히 여기셨으며 후배들에게 언제나 ‘정직하고 진실되게 살아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노블리스 오블리제(Noblesse Oblige)의 표상이셨습니다.
외부에 알려진 수많은 후원 외에 로리 홍 여사가 살아계실 때 두 분께서 사람들 모르게 하신 문화와 종교, 불우이웃돕기, 장학사업들을 잘 알고 있습니다. “주류사회에서 벌어 한인사회를 위해 쓴다”고 허허 웃으시며 꿈나무들을 걱정하시던 모습이 생생합니다. 지칠 줄 모르는 열정과 탁월한 리더십으로 기업을 이끌어 오셨고 그 이익을 한인사회에 환원하셨습니다.
한미박물관 건립은 제가 회장님과 함께한 마지막 사업이 되고 말았습니다. 지난 30여년 동안 일주일에 몇 번씩 리버사이드에서 LA까지 먼 거리를 마다하지 않고 직접 운전을 하시어 많은 회의에 참석하셨습니다. 또한 언제나 넥타이를 맨 정장차림을 한 멋쟁이 젠틀맨이었음을 기억합니다.
한미박물관 건립을 위해 LA 시장과 시의원 등 인사들을 만나 한미박물관의 필요성을 역설하시던 뜨거운 열정은 저희 후배들이 기억해야할 지도자의 표상이었습니다.
홍 회장님의 원대한 비전과 통 큰 기부, 그리고 불굴의 리더십이 없었다면 한인사회는 지금의 자리에 있지 못할 것입니다. 이같은 뜻을 계속 이어가는 것이 남아 있는저희들의 몫이자 숙제입니다.
이제 우리는 크나큰 존경과 사랑으로 떠나 보내드립니다. 하늘나라에서 사랑하는 부인 로리 홍 여사의 손을 다시 꼭 잡고 부디 영면하시길 기원합니다.
한국일보 미주본사
회장 장재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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