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아닌 미국에서 한의원을 운영하는 입장인지라, 아무래도 한의학은 태어나서 처음 접해본다는 외국인 환자를 맞이하는 경우가 잦다. 당연하지만 외국인이라고 해서 한국 사람들과는 전혀 생소한 병명을 가지고 내원하는 것은 아니고, 사람 사는게 다 거기서 거기다 보니 다들 비슷비슷한 이유로 한의원을 찾는다.
의학적인 고려만 한다면 같은 질병으로 내원한 이들 외국인 환자들과 한국인 환자들이 모두 비슷한 치료를 받아야겠지만, 의학적인 기준 외에도 꼭 필요한 몇 가지 다른 사항들을 고려하다 보면 한의학 자체가 낯설은 이들에게는 같은 질병이라 해도 다른 치료법을 적용하는 편이 더 효과적인 경우가 생긴다.
세번째 고민, 문화적인 고려 -익숙함과 불편함
불과 20여년전과만 비교해도 미국에서 한의학의 위상은 확실히 높아졌다. 많은 할리우드 스타들이나 올림픽 스타들이 공개적으로 SNS에 침이나 부항 같은 한의학 치료를 받고 난 후의 긍정적 경험을 공유하기도 하고, 또 여러 대학에서 한의학이나 대체의학에 관련된 연구학과가 속속히 개설되면서 대중매체에서도, 학문의 영역에서도 한의학을 바라보는 눈이 예전보단 훨씬 긍정적이고 부드러워진 것을 체감한다.
하지만 아직도 한의학의 이론이나, 치료원칙, 치료방식은 대다수의 외국인들에게 익숙하기 보다는 불편하고 생소하다.
그나마 최근 몇 년 사이 현대의학을 하는 의사들과 물리치료사들이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임상에서 사용하기 시작한 ‘dry needling’ 덕분에 침치료에는 많은 이들이 익숙해졌지만, 생약을 섞어 탕약을 만드는 독특한 맛을 지닌 한약치료나, 몸에 화상자국을 남기는 뜸 치료를 바라보는 이들의 시선에는 여전히 막연한 거부감과 불안함이 담겨 있다. 그래서 용기를 가지고 한약치료를 선택했다가도 한약 자체가 가진 맛과 향을 감당하지 못해 며칠만에 환불을 받으러 오기도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러니 한약 치료가 필요한 만성질환이나 내과적 질환을 가지고 내원하는 이들이라 할지라도, 의학적 고려 이전에 그들이 속한 문화적 특성을 먼저 고려해 우선적으로 선택해야 하는 치료법을 고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꼭 한약으로만 고칠 수 있는 질병이 아니라면, 불편함과 거부감을 가질 수 있는 너무 이국적인 치료법보다는 그나마 그들에게 어느 정도 익숙해진 침치료를 통해 우선 치료의 확신을 심어주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치료의 지속성이 단기간의 효율보다 더 중요한 질병을 가지고 내원한 이들이라면, 이러한 문화적인 고려는 더욱 중요하다. 문의 (703)942-8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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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윤 / 예담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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