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돌아보면, 꿈과 이상으로 가득 찼던 젊은 시절, 1960년대는 틈틈이 음악과 영화에 심취했던 시기가 아니었나 싶다. 그 당시 무수히 많은 낭만적인 영화가 쏟아져 나왔지만 그 중에서도 영화 마니아라면 누구나 한번쯤 ‘초원의 빛’을 기억 속에 떠올릴 것이다. 이 영화는 젊은 세대의 사랑과 결혼을 다룬 청춘남녀의 이룰 수 없는 떫고 아린 풋사랑 이야기이다.
집안이 가난하지만 청교도적인 올곧은 가치관을 가지고 자란 미모의 청순미 넘치는 여주인공이 스토리를 전개해 나간다. 오로지 한 남자만을 사랑하며 결혼을 약속했지만, 이루어질 수 없는 여러 상황 속에서 마음의 상처를 안고 오랜 기간 병원에서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만 했다. 세월이 흘러 숙녀로 돌아 온 주인공이 친구들과 함께 마음속에 그리던 옛 연인을 찾아 가는 마지막 장면이 이 영화의 백미이다.
그 사이 남자의 집안은 파산하고 다른 곳으로 이주하면서 그는 농부로, 한 가정의 가장으로 평범하게 살아가고 있었다. 그 곳을 찾아 갔을 때 이 두 사람의 재회가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쑥스러워 하는 남자주인공과 안쓰러워하는 여주인공 사이에 아직도 은은히 흐르는 사랑과 연민을 서로 확인하지만 넓은 초원을 돌아서 나오는 여주인공의 눈에 눈물이 어린다. 마치 아련한 추억 속의 슬픔을 일깨워 주는 듯, 영국의 낭만시인 워즈워드의 유명한 송시(ode) ‘초원의 빛’을 나직이 읊조리면서.:
“…한 때는 그토록 찬란했던 빛이건만 / 이제는 속절없이 사라져, 다시는 찾을 수 없는 그 사랑 / 초원의 빛이여, 꽃의 영광이여…”
다른 한 편의 영화는 일생에 단 한번 늦게 찾아온 한 여인의 사랑을 다룬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이다. 아이오아주 어느 조용한 시골의 평범한 가정에서 성실하나 무덤덤한 성격의 남편과 일상을 살아오던 40대 중년 여인이 어느 날 뜻하지 않는 외지인 남성의 출현으로 자신의 또 다른 자아(alter ego)를 발견하면서 잠시 가정의 위기를 맞게 된다.
두 사람의 짧은 로맨스가 그녀로 하여금 새롭게 여자로서의 가슴 설레임을 느끼게 해주었으며, 남편과는 또 다른 그의 감성에 매료되어 이성을 잃을 뻔한 순간도 있었다.
그러나 여주인공은 아이들의 어머니로, 한 남자의 아내로 다시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오는 성숙한 여인의 아름다운 모습을 실감나게 묘사하고 있다. 이 영화의 마지막 결정적인 장면 또한 고뇌의 짧은 순간을 애틋하게 그려내어 보는 이로 하여금 손에 땀을 쥐게 만든다.
두 편의 영화 모두 관람하는 그 순간만큼은 영화 스토리 속의 주인공이 되어 무아지경으로 빠져들 때쯤, 영화는 끝나고 갑자기 극장 안이 환하게 밝아지는 순간 고개를 숙이며 감정을 추스리던 그때 그 시절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이 가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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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순 / 우드스톡,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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