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흥진의 영화 이야기 ‘황금에 손대지 마라’(Touchez pas au Grisbi) ★★★★½ (5개 만점)

배신녀 조시(잔느 모로)가 신사 갱스터 막스(장 가방)에게 애교를 떨고 있다.
늙어가는 갱스터들의 우정과 명예와 배신을 고상하고 우아한 스타일로 그린 1954년작 흑백 프랑스 갱스터 영화다. 마지막에 멋진 액션이 벌어지기까지 인물들의 성격 묘사와 분위기 조성에 주력했는데 주인공 막스 역의 코주부 장 가방이 ‘나의 음악’이라며 애청하는 하모니카로 연주되는 운명적 기분의 주제음악이 일품이다.
정장 차림의 두 나이 먹어 가는 갱스터 친구 막스와 리통(르네 다리)이 각기 클럽댄서들인 애인 롤라와 조시(26세의 잔느 모로의 모습이 고혹적이다)와 함께 파리의 단골식당에 앉아 있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막스와 리통이 오를리에서 5,000만 프랑 상당의 금괴를 훔쳤다는 사실을 신문보도로 알게 된다. 그런데 젊은 애인 조시를 잃지 않으려는 리통이 금괴 절도 사실을 조시에게 털어놓으면서 배신과 총격전이 벌어진다.
조시는 마약밀매 두목인 앙젤로(리노 벤투라)의 정부로 리통에게서 들은 금괴 얘기를 앙젤로에게 알려준다. 이어 앙젤로가 리통을 납치한 뒤 막스에게 금괴와 리통을 교환하자고 제의한다. 밤의 파리 교외의 한적한 길에서 금괴와 리통의 교환을 둘러싸고 기관총과 수류탄이 동원된 살육이 벌어진다. 금괴는 과연 누가 차지할 것인지.
화면을 가득히 메우는 장 가방의 카리스마가 있는 모습이 압도적이다. 권총을 찬 과묵한 신사 강도로 줄 담배를 태우는 막스의 침착하고 편안한 태도가 갱스터 영화에 품위를 부여한다. 그는 신사이지만 때론 여자의 뺨도 사정없이 후려치고 또 우정과 명예를 위해서는 과감히 살인까지 하는 액션의 사나이기도 하다.
큰 코에 얇은 입술을 하고 말을 절제하는 신사 갱스터 막스 역의 장 가방은 절대로 서두르지 않는데 미녀와 친구, 좋은 음식과 포도주 그리고 쾌적한 생활을 즐기는 그야 말로 문화적 범죄자라고 부를만하다. 막스를 보고 느끼는 인상은 갱스터는 반드시 신경 과민한 사이코가 아니어도 된다는 것이다. 마지막 장면이 아주 근사하다. 자크 베케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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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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