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문가들 “中, 러시아 제재 보며 취약점 깨달아…양면 전술 쓸 수도”
러시아가 충분한 외환 보유고에도 서방의 쏟아지는 제재에 허덕이는 모습을 보이자 중국도 달러 의존도를 줄이려 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19일 블룸버그통신은 '러시아의 전쟁은 어떻게 글로벌 통화 논쟁에 불을 붙였나'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우크라이나 침공의 여파가 중국의 외환정책에 미칠 영향을 살펴봤다.
보도에 따르면 달러는 아직 굳건한 기축통화로 평가된다.
2019년 전 세계 외환거래 90%가량에 달러가 관여했으며, 현재 전 세계 외환보유액의 59%가 달러다.
미국과 패권경쟁 중인 중국 역시 이런 달러화에 기반을 둔 질서에는 크게 반발하고 있지 않다.
중국은 그간 막대한 경상수지 흑자로 얻은 수익을 통해 달러 자산인 미국 국채를 대량으로 사들여 현재 1조달러(약 1천216조원)의 미 국채를 보유한 것으로 파악된다.
러시아도 중국만큼은 아니지만 약 6천400억달러(약 776조원)에 달하는 대량의 외환을 보유했다.
문제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쏟아진 서방 제재로 인해 보유한 외환 중 상당액을 움직일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대부분 국가가 러시아 외화보유고를 동결하고, 러시아 은행들을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결제망에서 퇴출해 자금 흐름을 경색시켰다.
아무리 많은 외환, 특히 달러를 보유하더라도 이 같이 미국과 서방이 단일대오로 제재를 가하면 제대로 대응하기 어렵다는 사실이 이번 사태로 드러난 것이다.
블룸버그는 "러시아의 외환보유량 절반 정도를 미국이 무력화했다. 신흥국들이 이렇게 외환을 쌓아두는 것은 자국의 통화 가치를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각종 경제 제재들과) 러시아 신흥재벌 올리가르히를 겨냥한 제재가 합쳐진 지금 상황은 중국과 다른 신흥국에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르게 다가온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투자자문사 유리존 캐피탈을 운영하는 스티븐 젠은 "우리는 (러시아를 향한 제재를 목격하고) 중국이 경각심을 갖게 됐지 않았나 생각하고 있다"면서 "중국은 달러에 의존해왔던 자국의 취약성을 깨달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중국이 위안화를 기축통화의 대열에 올려놓으려 시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달러를 대체하고 새로운 기축통화를 세우는 일은 쉽지 않다.
한 통화가 기축 통화의 지위로 올라가려면 우선 해당 통화가 전 세계적으로 널리 쓰여야 한다.
또 해당 국가는 법치를 존중하고 해외 투자자가 자국의 환율·금리 등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등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
다시 말해 기축 통화국이 되려면 국내 통화 정책의 자율성을 일정 부분 포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 지도부 역시 이런 점을 잘 알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예컨대 위안화 표시 자산에 해외 투자자가 영향을 미칠 수 있게 되면 재정 분야 통제력이 일정 부분 떨어질 수 있으며 중국에서 자본이 이탈할 위험도 있다.
마이클 스펜서 도이치방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런 난점에도 "최근 들어 (중국이) 달러나 유로로 거래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잠재적 위협 요인들이 있다. 이런 요인들이 중국이 국제 거래에서 사용되는 통화를 위안화로 지정하도록 부추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런 요인으로 어떤 것이 있는지 설명을 내놓지는 않았지만, 최근 제재에 고전 중인 러시아의 상황을 지목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SC은행의 거시경제 책임자인 베키 류는 중국이 양면 전략을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현재 달러 중심 시스템에 더욱 통합되면서도, 동시에 현재 러시아 상황처럼 경제 위기를 맞더라도 자국 기업이 국제 거래를 지속할 수 있는 예비 네트워크를 꾸려둘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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