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과 태풍과 그리고 가뭄과 홍수로 온 지구가 몸살을 앓고 있다. 남가주는 한 달 가까이 연일 100도를 웃도는 기록적인 폭염으로 온 땅이 펄펄 끓고 있었다. 한국을 통과한 태풍 힌남노에는 비교할 바가 아니지만 이번 폭염은 이곳에서 41년 살아오는 동안 겪은 가장 길고 힘든 더위였다.
가깝게 지내던 후배 이내운 씨가 지난봄에 아들네 식구와 함께 훌쩍 시애틀로 옮겨갔다. 거기서 간간이 정겨운 소식과 함께 사진을 보내주는데 울창한 숲 속을 걷다가는 깨끗한 개울물에 발을 담그고 있는 풍경이 더없이 부러움을 준다. 산에 가서 블루베리와 블랙베리를 따기도 했고 바다에 나가 새조개와 바지락조개, 굴을 캐왔다는 자랑도 이어간다. 그러나 그 중에서 제일 눈에 띄는 건 하늘을 찌를 듯 쭉쭉 자란 용맹스런 소나무의 자태다.
지금은 아파트 근처 벙커 힐의 빌딩숲을 산책로로 정해놓고 있지만 이사하기 전에는 가까이에 있던 사우스코스트 보태닉 가든의 숲속 길을 자주 찾아갔었다. 그곳에 가면 여름철 로즈 가든과 철따라 피는 야생화 숲길도 좋지만 늘 한결같이 맞이해주는 ‘소나무 길’이 단골 코스였다. 사시사철 푸르고 싱싱한 소나무 가지와 솔잎에서 뿜어주는 피톤치드의 향내가 좋았기 때문이었다.
소나무는 본시 ‘나무의 우두머리’라는 뜻을 갖고 있다고 한다. 사마천의 ‘사기’에는 ‘송백(松柏)은 백목의 장’이라 황제의 궁전을 수호하는 나무라 하였는데 그보다는 많은 이들이 역경 속에서도 끈질기게 절개를 지켜나가는 소나무의 성품을 좋아했던 것 같다. 나도 소년시절에 혼자 독야청청하기보다 더불어 그 기개를 펴나간다는 뜻으로 아호를 ‘송파(松波)’라고 짓는 객기를 부리기도 했었으나 1988년 서울의 한 자치구 명칭에 ‘송파구’가 생기면서는 바꿔버렸고 지금은 같은 연배의 오래된 교회 친구들 모임에 ‘소나무’ 이름을 쓰고 있다.
지난 3월 한국 국민들이 윤석열 대통령을 선택했을 때의 바람은 아마도 그에게서 소나무 같은 싱싱함을 기대했을 런지 모른다. 처음에 그는 기성정치인에게서 봤던 노회한 모습이 아니었고 공정과 상식과 법치를 강조하는 신선함이 있었다. 그러나 너무 일찍 본색이 드러나고 말았다. 그에게는 국가를 운영할만한 어떤 비전이나 역량도 없었고 정직하거나 솔직한 품성도 보이지 않았다.
민생과 외교와 남북 관계의 어려움이 태풍처럼 밀려오고 있는데 고작 한다는 일이 자기 당의 대표와 죽기 살기로 막장싸움이나 벌이고 국정난맥의 원인이 된 본인과 부인의 허물에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는 모습이 국민들 눈에 섬뜩한 배신으로 비칠 뿐이다. 거기에다 거대 야당과는 협치는 커녕 밤낮으로 칼춤만 들이대고 있으니 대체 나라를 어디로 끌고 가자는 것인지…. 집권당의 비대위에 이어 국가마저 비상대책위원회를 만들게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지난 달 미국 대형교회의 하나인 새들백교회의 릭 워렌 목사가 은퇴를 했는데 그가 마지막으로 한 설교의 제목이 ‘끝을 염두에 두라’였다.
남산위의 저 소나무도 그립고, 시애틀 마운틴 레이니어에 있는 소나무도 보기 좋다.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 샛바람에 떨지 마라’는 기억에 남는 노래다. 대지가 타들어 가는 폭염의 계절에 다시 시들지 않는 소나무의 기개를 꿈꾼다.
<
김용현 한민족평화연구소장>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총 2건의 의견이 있습니다.
난 미국에 와 말도 글도 문화도 너무나 다르지만 그들보다 더욱더 노력해 그들보다 잘 살고 있는데 어찌하여 하면되는 통일을 맨날쌈박질하며 너도 나도 손해보는 감정싸움마하며 허송세원 미 일 쭝 좋은일만 시키는가요, 이익되면 하는겁니다 어렵지않은일이 어디 있는감요, 내가 좋을것이면 해야지요, 밐쿡은 절대로 자국의익이안된다면 금방이라도 나갈 자들 우리가 우리를안지키면 누가 날지키며 내 저금통장에 돈을 넣어 준단말인가요 노력해야 그댓가를 받고 대우받고 걱정없이 나도 가족도 장래가 보장되는것이지요, 핵은 그냥놓아두어 통일후 협박용으로사용해야
하필 내가 놀러가 없을때 통일에대해 쓰신 의견을 말한 이영욱 문인님의 글을보고 난 이를어쩔꼬 성공하기싫어 공부안ㄹ할것이고 부자되기싫어 노력안할거고 호랑이가 무서워 호랑이굴에 안들어갈러라는 연약한 말쓴 그리고 이분이 말한 통일비용은 너무도 간단히 해결이될터인데 북한에 공업단지 10개이상만 지으면 북한에 많은 돈이 들어가 부자되고 남한에도 값싸고 좋은 노동자가 북에 많아 남한기업도 이익보고 물류비용절감 통일비 안들고 북의주민이 자유의민주의를알게되어 자연히 통일해도 이질감이 해소되고 대한민국은 인구가 적어 절대로 자급자족이 안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