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물가 상승이 장기화하면서 인플레이션과 관련된 합성어들이 쏟아지고 있다. 애그플레이션(agflation)은 농업(agriculture)과 인플레이션(inflation)을 합친 용어로 농산물 가격 상승이 일반 물가의 급등을 초래하는 현상을 뜻한다.
각각 우유와 설탕 원재료 가격 인상이 전반적인 물가 상승을 불러온다는 밀크플레이션(milkflation)과 슈거플레이션(sugarflation)이 대표적 사례다. 피그플레이션·에그플레이션·버거플레이션 등도 같은 맥락에서 나온 말들이다.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은 가격을 올리는 대신 용량을 줄여 판매함으로써 실질적으로 가격을 인상하는 것이다.
지난해 미국 물가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자 대기업의 탐욕이 물가 상승을 부채질했다고 주장하면서 그리드플레이션(greedflation)이라는 용어를 쓴 경우도 있었다.
요즘에는 스티키 인플레이션(끈적한 고물가·sticky inflation)이라는 말이 화두로 떠올랐다. 주요국의 높은 물가 상승률이 쉽게 떨어지지 않고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스티키’라는 용어는 미국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이 상대적으로 낮은 변동성을 가진 재화와 서비스에 가중치를 부여해 집계하는 ‘스티키 소비자물가지수(CPI)’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스티키 CPI는 미국의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021년 미국의 인플레이션을 일시적이라고 진단했을 당시에도 물가 급등을 예고해 주목받은 적이 있다.
전 세계 중앙은행들이 금리 인상 등을 통해 물가와의 전쟁에 나서고 있다. 그럼에도 고물가가 쉽사리 잡히지 않고 지속되는 스티키 인플레이션이 세계 경제의 골칫거리로 떠올랐다. 여러 나라들이 서민과 기업에 부담으로 작용하는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한 다양한 대책을 놓고 고민하고 있다. 한국 정부도 물가 안정을 명분으로 기업들에 제품 가격 인상 자제를 주문하고 있다. 하지만 과도한 압박은 시장경제를 교란하는 요인으로 작용해 되레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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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용 서울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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