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은 발레를 배우는 어린 학생 중의 한 명이 연습을 하다 고개를 떨군 채 나에게 물었다. “선생님, 왜 발레는 이렇게 어려운 걸까요? 선생님은 왜 발레를 하게 되었나요? “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발레가 쉬웠다면, 우리는 그것을 사랑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단다.” 그렇게 대답은 했지만 그 순간, 나 자신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나는 왜 4살 때부터 지금까지 발레를 계속해오고 있을까? 왜 나는 지난 15년동안 1222회의 무용칼럼을 매주 쓰고 있는걸까?
턴아웃과 풀업을 하며 수없이 반복했던 쁠리에(plie)가 떠올랐다. 쁠리에는 마치 땅에 뿌리를 내리는 자세 같아서, 삶의 무게와 경험을 받아들이고 그 속에서 성장하는 모습과 닮아 있다. 발레를 처음 배우는 어린아이들은 단순히 무릎을 굽히는 동작이라 생각할지 모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 동작이 내면을 단단하게 만들어 가는 과정임을 깨닫게 된다. 반복되는 무릎 굽히기와 펴기 속에서 몸과 마음은 점차 유연함과 강인함을 배우게 된다. 지금도 마음이 복잡할 때면 조용히 내 방으로 들어가 쁠리에를 하며 마음을 다스리곤 한다.
누군가에게 발레를 언급하면, 우리는 화려한 무대 위에서 뛰노는 테크닉이 완벽한 한 마리 백조 발레리나를 떠올리곤 한다. 그러나 춤은 특별한 무대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일상 속에서도 우리는 자연스럽게 춤을 추고 있다. 아이가 첫걸음을 내딛는 순간부터, 마음의 감정을 표현하고자 손끝을 움직이는 순간까지… 춤은 우리가 느끼는 감정을 몸짓으로 드러내는 가장 자연스러운 언어이며 우리 삶 속 깊이 녹아 있는 소박한 표현의 한 형태이다. 그 과정에서 느낀 것은 춤이 단지 기술적인 훈련이 아니라는 점이다. 누구든지 춤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고, 내면의 이야기를 꺼내어 놓을 수 있다는 사실을 매일 발견하게 된다.
발레의 기교 속에서 자세와 균형을 잡아가는 과정은 삶 속에서 우리의 마음과 몸을 다듬는 시간과도 닮아 있다. 16세기에 이탈리아에서 시작된 발레역사가 40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전 세계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발레 애호가들이 땀을 흘리며 발레를 배우는 이유가 무엇일까? 몸의 각도, 시선, 손끝 발끝 하나 과학적인 이론에 근거하여 단 하나의 오차가 있어도 발레는 내가 생각한 아름다운 라인이 안 나온다. 우리가 발레를 통해 만나는 어려움과 도전이야 말로 우리를 성장시키고, 그 속에서 참된 행복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오랜 무용 여정을 통해 얻은 가장 큰 깨달음은, 춤이 모든 사람에게 열린 예술이라는 점이다. 춤을 배우기 위해서는 나이에 구애 받을 필요도, 완벽한 유연성을 요구할 필요도 없다. 중요한 것은 마음과 몸이 하나 되어 자유롭게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다. 나 또한 발레리나로서 전형적인 신체 조건을 갖추진 않았지만, 무대에 서서 관객과 함께 호흡하며 진정한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발레가 내게 자신감을 심어주고, 자유와 사랑을 느끼게 해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So what? Just do it!”이라는 말을 당당히 외칠 수 있는 것이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아래 무대에 섰을 때, 마치 파우스트처럼 그 순간을 향해 “멈추어라, 너는 그토록 아름답구나!” 라고 외치고 싶어 진다. 충만한 행복감과 카타르시스를 느끼며 삶을 즐기게 되는 바로 그 순간, 춤은 나에게 절정의 기쁨을 선사한다. 마음이 움직일 때, 가슴이 뛰고, 표현하고 싶을 때 몸은 자연스럽게 반응한다. 이것이 바로 춤의 시작이다. 누군가는 춤을 통해 건강을 찾고, 또 다른 이는 새로운 즐거움을 발견한다. 발레의 세계로 함께 여행을 떠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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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 최 한미무용연합회회장 / 진 발레스쿨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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