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가 27일 양원합동회의 연설을 통해 어눌하다는 평소의 인상을 말끔히 씻어냈다. 물론 본인이 직접 원고를 작성한 것은 아니지만 어쨌건 유려하면서도 짜임새 있는 그의 연설은 높은 점수를 받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이날 부시의 연설에 흠뻑 빠져든 주인공은 바로 그 자신이었다. 백악관으로 돌아온 부시는 흥분을 감추지 못한 채 자정이 가까워지도록 잠자리에 들지 못했다고 한다.
그러나 부시는 이제 막 계체량을 통과한 권투선수와 흡사하다. 치고 받는 본 싸움은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다.
부시에 대한 채점은 2조 달러 규모의 행정부예산에 넣어 의회에 제출한 그의 각종 우선입법안들을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게 된다. 물론 이 가운데 핵심은 1조6,000억 달러 규모의 대형 감세안이다.
부시는 28일부터 5개 주를 돌며 자신을 지지해줄 응원단 모집에 나섰다. 펜실베니아와 네브라스카, 아이오와, 아칸소와 조지아를 방문해 감세안이 경기부양에 도움을 줄 것이라는 점을 적극 부각시킬 방침이다.
공화당도 내부의 회의론을 일단 한 구석으로 밀어둔 채 재빨리 대통령 밀어주기에 힘을 모았다. 우선 연방하원 세입위원회가 1일 부시 감세안의 핵심을 이루는 근로소득세율 인하안을 승인한다.
하지만 50-50으로 팽팽히 갈라진 연방상원이 이 법안을 표결처리 할 때까지는 수개월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부시는 예상되는 10년 간의 세수흑자가 5조6,000억 달러에 달해 재정여력이 있고 우물쭈물하다간 경기부양의 시점을 놓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의회를 밀어 부칠 계획이다.
그는 민주당을 유인하기 위해 10년 간 2조 달러의 국채를 조기상환하고 소셜시큐리티의 잉여분에 대해서는 전혀 손을 대지 않을 것이며 메디케어 기금의 재원인 근로소득세 원천징수액도 일반재원으로 당겨쓰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민주당측도 부시와 이판사판의 필살타를 주고 받기 보다는 모양새를 갖춰가며 실리를 취하고 싶어한다.
여론으로 보나 분위기로 보나 부시의 감세안이 원안 그대로 통과될 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에 중산층과 저소득층에 초점을 맞춘 앨 고어식의 세금감면안이 힘을 받을수 있다는게 민주당의 판단이다. 하지만 민주당은 지도력 부재로 인해 아직 단일안을 내놓지 못한 상태다. 결국 이번 싸움은 KO로 승부가 나기 보다 주고받기 식 절충으로 끝날 수밖에 없게끔 각본이 짜여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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