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히려 납치라도 됐으면 언젠가 살아서 돌아와 다시 만날 수 있을텐데…"
5년전 비참하게 숨진 둘째딸을 가슴에 묻고 살아온 어머니 박동실(53)씨와 아버지 박선화(56)씨는 살인 용의자 두명이 마침내 경찰에 체포돼 법정에 섰다는 소식을 접한 1일 착잡한 심정을 감추지 못하면서 애써 눈물을 참았다.
오후 근무를 위해 직장에 나갔지만 여러 가지 생각이 한꺼번에 떠오르면서 일손이 잡히지 않아 일찍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린다 방에 놓을 꽃을 사 가지고 들어온 어머니 박씨는 "아침에 집으로 찾아온 수사관들이 체포사실을 얘기할 때 멍한 상태로 듣기만 했다"면서 "도무지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아버지 박선화씨도 "한인관련 미제사건들이 많은데 이 사건이 해결돼 다행"이라면서도 "아침에 수사관들이 용의자들의 사진을 보여주는 순간 억눌렸던 한과 함께 섬짓한 느낌마저 들었다"며 눈시울을 적셨다. 애지중지 하던 딸을 잃은 뒤 매일 술로 슬픔과 괴로움을 달래야 했다는 박씨는 주변 권유로 교회에 다니면서 마음의 평정을 되찾긴 했지만 아직도 이따금씩 가슴속 솟아 오르는 분노로 화장실에 들어가 소리를 지르곤 한다.
이럴때면 박씨는 딸의 물건들이 그대로 놓여 있는 린다 방에서 흥분된 마음을 가라앉히곤 한다고 말했다. 박씨는 또 "아내가 아직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면서 "한번은 어느 장례식에서 아내가 린다 장례식 모습이 떠올랐는지 그 자리에서 쓰러져 그 후로는 어떤 장례식에도 참석하는 것을 피하고 있다"고 전했다.
매주 토요일이면 아내와 함께 린다가 묻힌 로즈힐 공원묘지에 들러 꽃을 바꿔주는 것으로 한 주를 시작한다는 박씨는 친척들이 한자리에 모이면 "왜 린다는 여기 없나"하는 생각때문에 최근에는 이 모임에도 잘 참석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신앙생활을 시작한 이후 각종 사고·사건으로 자식을 잃은 부모 모임인 ‘반달회’에 나가 서로를 위로하고 있다는 박씨 부부는 얼마전 LA한인타운 아파트 주차장에서 강도들에게 목숨을 잃은 남지연양 부모와도 연락을 주고 받고 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박선화씨는 "경찰의 수사를 지켜보면서 한때 린다가 아시안이기 때문에 제대로 수사를 하지 않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항의하기도 했었다"면서 "지금은 최선을 다한 경찰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공부 때문에 떨어져 살았던 큰딸 제니(27)가 집 부근 초등학교 교사가 돼 함께 살고 있다는 박씨는 "제니가 좋은 가정을 꾸리고 손자·손녀들을 보게 되면 좀 더 나아질 것"이라며 "항상 도움을 아끼지 않은 이웃들과 교회식구들에게 감사를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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