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월스트리트 저널이 한국 여성들의 성형 수술 붐을 알리는 기사를 실었다. 눈을 크게 만들고 코를 높이고 종아리 근육 수술을 하는 등 서구적 미인이 되는데 광적으로 집착한다고 온 세계 만방에 알려 한국 여성에게 국제적 망신을 주었다.
또 미혼 여성을 도덕성도 없는 성 경험자로 몰아갔는데도 한국에서는 잠잠하다. 여성 단체나 여성학 관계자들로부터 아무런 반응이 없는 것이 그렇다고 인정한 것인지, 대꾸할 가치도 없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오는 6일부터 16일까지 뉴욕 유엔본부에서 개최되는 제 45차 유엔여성 지위위원회에 한명숙 여성부 장관이 참석해 기조연설을 한다는 마당에 하필 왜 이런 치부가 노출되었는지 모르겠다.
한국의 여성부 탄생을 세계에 알리고 전 세계적으로 여성의 문제를 함께 논의하는 자리인데 혹시나 국내외 기자들이 한국 여성들은 집에서 놀면서 외형적 미에만 치중한다는데 여성 지위 향상을 위한 무슨 정책이 필요하냐고 물을까 겁난다.
물론 여성은 아름다워야 한다. 이왕이면 예쁜 여자가 보기에도 좋다. 남자도 마찬가지다. 이왕이면 잘생긴 남자에게 시선이 한번이라도 더 간다. 그러나 미의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가 문제일 것이다.
외모만 갖고 얘기하자면 사람들은 누구나 자기 얼굴에서 불만이 있는 구석이 한 곳은 있다. 나도 어려서는 눈, 코, 입 모두 작은 것이 가장 큰 불만이었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눈, 코, 입이 상당히 큰 외국 여배우로 소피아 로렌, 한국 연예인으로는 한국인 같지 않게 이목구비가 시원시원하게 잘 생긴 가수 박경희를 좋아했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한국인에게는 그렇게 큼직한 눈, 코, 입이 어울리지 않고 부담스럽다는 것을 느끼면서 좋아하는 스타일도 바뀌었다.
2년 전인가, 한국에 나가서 명동으로 옷을 사러 갔다가 느낀 공포감, 마치 인형 옷가게에 서있는 것 같은 이상한 기분이 아직 남아있다. 가게 진열장이나 매장에 걸린 옷들이 얼마나 작은 지 입어보다가 옷이 찢어질 것 같았고 거리에서 마주치는 모든 여성이 시커먼 색깔로 입술을 칠했는데 다들 허리가 개미처럼 가늘었다.
일부 한국 여성들은 멀쩡한 뼈를 깎고 지방을 빼는 등 건강을 해치면서까지 멋 내기 열풍에 빠져있다고도 하는데 그런 것을 보면 뉴욕의 한인여성 대부분이 낮에 열심히 일하고 집에 와서는 아이 잘 거두고 밤이면 피곤하니 잠도 씩씩 잘 자는 것을 보면 상당히 건강한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사람을 처음 만날 때는 상대방의 얼굴이 보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먼저 마음이 보인다. 누구나 그것을 경험했을 것이다.
만일 TV 탤런트나 가수, 모델이라면 좀더 예쁘게 보이려고 성형수술을 해도 무방하다. 로맨스 드라마의 주인공이 못생긴데다 연기까지 못하면 화가 난다. 그리고 미모를 앞세우는 로비스트를 직업으로 하려면 가장 뛰어난 기술을 지닌 성형외과 의사를 찾아야 한다.
그러나 보통 직업을 가진 사람들은 생긴 대로 살자. 그것이 자연스럽고 돈도 안 든다.
머잖아 한국에 다시 나가면 결혼 후 집안 살림만 하던 아내가 실직한 남편을 앞장서 일자리를 구하고 씩씩하게 가정 경제를 꾸려 가는 것을 보고싶다. 가사노동과 자녀 양육에 자기 능력을 사장시켰던 여성들이 기지개를 켜고 일어나 창업을 하고 사회활동을 활발히 하는 모습이 자녀에게 본보기가 되고 자랑거리가 되었음을 듣고싶다.
그리고 직장의 꽃으로 스스로 비하시킨 여성들이 외적 미모보다는 자기 실력을 연마하여 능력으로 승부 하는 강한 여성으로 변모하기 바란다. 이는 한국이나 미국이나 마찬가지이다.
살아가면서 더욱 ‘생긴 대로 산다’는 말이 마음에 든다. 그것은 비단 얼굴 모습뿐 아니라 성격과 취향도 자기 스타일대로 한결같이 살아감을 말할 것이다. 물론 그 스타일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범위에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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