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가주에서 활동한 한인 지도자중 가장 뛰어난 인물을 하나 들라면 도산 안창호 선생이 첫손가락으로 꼽힐 것이다.
도산은 한국의 대표적인 독립운동가지만 그에 못지 않게 한국이 잘 되려면 한국인의 의식구조가 먼저 바뀌어야 한다는 점을 깨달은 지도자로 유명하다. 그는 한국인의 가장 큰 단점으로 거짓말 잘 하는 버릇을 들었다. ‘농담으로라도 거짓말을 말아라. 꿈에서라도 성실을 잃었거든 통회하라’고 만나는 사람마다 붙잡고 가르쳤다.
새삼스런 이야기는 아니지만 최근 한인들이 허위로 서류를 만들었다 망신당한 뉴스가 계속 나오고 있다. 하도 위조서류가 많아 소셜 시큐리티국에서는 한인들만 특별감사를 실시하는가 하면 교육구 당국에서도 한인 학부모들을 학교 위장전입 요주의 인물로 주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부동산 융자서류에서 세금 보고에 이르기까지 한인들의 서류는 믿을 수 없다는 것이 관계 당국의 일반적인 인식이다.
어째서 한인들은 이렇게 거짓말을 잘 하는 것일까. 최근 한미일 3국인의 의식구조에 관한 흥미로운 보고서가 나왔다. 한국 정신문화연구원이 세나라 국민 2,631명을 대상으로 1997년부터 2000년까지 실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사회에 피해가 되더라도 내 직장에 이익이 된다면 적극 협조한다”는 질문에 대해 미국인은 3.78%만이 그렇게 하겠다고 대답한 반면 한국인은 71.97%, 일본인 79.43%가 긍정적 대답을 했다.
다시 말해 내가 속한 집단이 득을 본다면 서류를 가짜로 만들어 사회 전체에 피해가 가더라도 상관없다는 생각이 머리에 박혀 있는 셈이다. 한인사회에서 ‘정직하게 살자’는 말을 하면 하는 사람이 바보가 되기 십상이다. ‘세금 제대로 내고 어떻게 장사를 하느냐’, ‘애들 교육을 위한 일인데 어떠냐’,‘정직하게 서류를 꾸며 집 산 사람이 어디 있느냐’등등.
살다 보면 어쩔 수 없이 거짓말을 해야 하는 경우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것이 당연시되는 풍토는 문제다.
내년이면 도산이 유학의 꿈을 안고 미국 땅을 밟은 지 꼭 100년이 된다. 오는 8월에는 도산이 농장 노동자로 일하던 리버사이드에서 동상이 제막되며 LA 한인타운에서 대규모 학술대회도 열린다. 그러나 한 세기가 지났음에도 한국인의 의식구조에는 별 변화가 없는 것 같다. 외형적 행사보다 도산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것이 진정 그를 추모하는 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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