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이 끝나고 다시 한 주가 시작될 즈음, 하와이대학 캠퍼스에도 무슨 ‘돌풍’이니 ‘대세론’이니 하는 정치얘기가 오가는 모습을 종종 목격할수 있다.요즘 진행되는 민주당의 국민경선이 그러한 이야기들을 촉발시킨 하나의 계기가 된듯 하다. 점점 현실 정치에 무관심해져가고 오히려 일종의 혐오감마저 갖고 있는 젊은 세대들의 정치의식을 돌아볼 때 한 정당의 대선후보 경선에 대한 관심은 자못 흥미롭다.
집권당의 국민경선은 이제 그 반환점을 막 돌았다. 색깔론, 인신공격, 지역투표, 후보사퇴파문, 그리고 경선관련 음모론에 이르기까지 한국정치의 상징적 폐해들이 여전히 나타나고 있지만 한편으론 정치개혁의 일말의 징후들도 발견할수 있어 관심을 끈다. 우선 첫째로 한 정당의 대통령 후보경선 과정에서 보여준 국민들의 높은 관심은 고질적인 정치 불신과 정치적 피로감의 늪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기대를 반영한다고 볼수있다.이점에서 민주당의 국민경선실험은 한국 정당정치와 권력의 주인이 누구인지를 분명히 보여주고자 하는 국민적 열망을 일부분이나마 담아내고 있다는 점에서 높이 살만하다. 이번 경선에서 찾을수 있는 또 하나의 의미는 그동안 국민들의 선택을 제약해왔던 보스정치와 후보자의 출신지역에 따른 투표행위로부터 해방될수 있다는 일말의 단초를 시사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이같은 해석에는 제약이 있고 한국정치의 고질적 병폐들이 역시 사라진 것은 아니다. 하지만 어떤 제도와 후보선출 과정을 갖느냐에 따라 후보자의 출신지역과 보스정치라는 결정구조에서 보다 자유로워질수 있다는 교훈은 정치개혁의 한 실마미를 제공해 준다고도 할수 있다.
마지막으로 이번 경선의 실험은 비록 제약적이긴 하지만 후보자들로 하여금 자신의 정치적 자산을 정책과 비전을 통해 쌓아나가야 한다는 국민적 여망을 읽을수 있는 기회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다른 후보들보다 비교적 정치적 보스와 정당의 지역적 기반이 자산이 될수 있었던 후보들이 선거인단으로부터 선택받지 못하는 결과가 나타나기도 했다. 이것은 비록 한 정당내의 후보간 경쟁이기 때문에 가능할수 있었던 일이기도 하지만, 정치민주화라는 큰 틀에서 볼 때 인물과 정책의 성향에 따라 심판받아야 한다는 당위의 가능성을 일부분이나마 열어준 것으로도 볼수있다.
그러나 아직 갈길은 너무 멀어 보인다.기존의 선거문화를 그대로 답습하는 모습도 여기저기에서 보인다. 국민통합과 비전제시 보다 필패론, 불가론 따위의 정치공학적 논쟁도 반복되고 있다. 결과에 대한 흔쾌한 승복과 남은 경선과정에서 앞서 언급한 한국정치의 고질적 병폐의 유혹의 손길에서 후보자들이 얼마나 벗어날수 있을지도 장담할수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번 경선의 제도적 성패가 한국정치의 미래를 가늠하는 척도가 되리라는 사실이다. 미국에서 한국정치를 공부하는 한 사람으로서 이번 집권당의 대선후보 선출과정을 통해 한국정치의 희망적인 메타포들이 더욱 많이 형성되고 조국의 민주주의가 교민사회의 자부심으로 남게 되길 바래본다. 아울러 야당에도 같은 기대를 걸어본다.
-장성희(하와이대학 정치학과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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