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계속되는 주가폭락에 된서리를 맞은 투자자들이 안정된 피난처를 찾아 이동하고 있다. 1990년대 후반 ‘닷컴바람’을 타고 주식에 돈을 퍼붓던 이들이 이제는 ‘수익성은 낮아도 안정성이 보장되는’ 상업용 부동산 투자나 세이빙스 및 머니마켓 구좌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월가의 슬픔은 곧 부동산 업계의 기쁨이다.
수년 전 부동산 시장을 외면하고 증시로 향했던 투자자들이 주가폭락에 따른 불안심리가 업계 전반에 확산되면서 부동산 시장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주식에 비해 상대적으로 단기 수익성이 낮다는 타고난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요즘 들어 일부 부동산회사에는 투자안정성이 보장되는 사무용 또는 창고 건물, 중소 규모 샤핑몰에 대한 투자자들의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올 상반기 남가주의 상업용 부동산 거래액은 총 50억5,000만달러.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할 때 무려 50%나 급증했다. 비록 널뛰는 가격 때문에 부동산구매심리가 다소 위축돼 있기는 하지만 거대 투자회사들의 대형 샤핑몰 개발붐을 타고 거의 대부분의 상업용 부동산들이 시장에 나오기 무섭게 팔려나가고 있다.
부동산 자문회사인 ‘마커스 앤 밀리챕’(Marcus & Millichap)의 헤삼 나지 수석연구원은 "투자자들이 수익성보다는 안전성을 중시하고 있다"고 말했으며 오렌지카운티 ‘CT부동산’ 대표 로버트 캠벨은 "최근 크고 작은 매물들을 찾는 투자자들의 전화가 줄을 잇고 있다"고 전했다.
주식시장에 대한 신뢰도가 추락하면서 투자자들의 돈이 세이빙스와 머니마켓 구좌로 밀려들고 있다.
올해 상반기 동안 개인 투자자들이 시중 은행의 세이빙스와 머니마켓 구좌에 예치한 돈은 총 2,041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0% 늘어났다. 세이빙스와 머니마켓의 평균 이자율이 사상 최저수준인 0.87∼0.92%에 머물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놀라운 증가세다.
버논 W. 힐 커머스뱅크 회장은 "증시에 손을 댔다 쓴맛을 본 일부 투자자들이 9·11테러사태 직후처럼 ‘이자수익은 낮아도 위험부담이 적은’ 은행을 임시 피난처로 선택하고 있다"며 "우리은행의 경우 올 들어 현재까지 예금고가 지난해에 비해 무려 56%나 급증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과 관련, "단기적으로는 자금 안전성이 보장되지만 자칫 자금이 한 곳에 오랫동안 묶여있게 돼 주식시장 회복할 때 투자적기를 놓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하면서 "따라서 양도성 예금증서(CD), 연방재무부 발행 어음 등 방법을 통해 자금의 유동성을 유지하는 게 현명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웰스 캐피틀 매니지먼트’사 제임스 폴슨 상임 투자자문관은 "투자자들이 주식시장에 묻어뒀던 자금을 시중은행으로 빼돌리는 것은 당장 주식시장과 소비구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으나 새로운 투자기회를 위해 잠시 자금을 비축해 놓는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천식 기자> cshah@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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