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들이 태어나기도 전에 나는 대학에서 가르쳤는데… 이런 고령(?)으로 말미암아 또래 집단이 형성되지 않고 그들의 대화에 흥미를 잃을 때면 ‘급한일이 있어 나가니 연락 바람’이란 쪽지를 남기고 신라호텔 조각공원 안에 있는 팔각정으로 향한다. 곳곳에 청원경찰들이 보초를 서고 있지만 내 목에 걸린 AD(Accreditation)카드가 FIFA 멤버로 보였는지 오히려 슬그머니 피해주었다.
팔각정 앞 금잔디는 초록 카펫이고 그 위에 하늘을 보면서 누우면 남산이며 옛 서울성이 그리고 내노라하는 서울 조각가들의 작품이 모두 내 품안으로 들어오고 초록의 매실들을 가지가 휘어지도록 달고 미소짓는 매실나무는 어느 사이에 나를 청와대로 비원으로 데리고 간다. 인기척 소리에 돌아보니 정말 FIFA VIP가 16강전 초대권 2장을 준다. 흥분해서 대학에 있는 친구에게 자초지종을 전화했더니 일등석이며 꼭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어 주어야 겠으니 자기랑 ‘미니발리’로 여행이나 다녀오자고 했다.
자원봉사를 해야하는 내가 자원봉사를 받는 기분으로 용기를 내고 6월18일 오후 싱가폴행 비행기를 탔다. 대전에서 열릴 이탈리아와의 16강전이 궁금했지만 30년이나 만나보지 못했던 옛 동료들의 근황 얘기에 까맣게 월드컵을 잊고 있을 때 "속보를 알려드립니다. 이탈리아와의 경기에서 2-1로 한국이 승리했습니다" 어머나! 8강이야! 비행기안의 서로 모르는 사람들이 모두 일어나 ‘하이 화이브’를 연출했다.
싱가폴에서 페리로 25분, 인도네시아의 바탐섬에 내리니까 한여름이다. 남양군도의 투리비치 리조트는 완벽한 파라다이스로 갖추어져 있어 미니발리로 애칭되는 귀여운 비치이지만 세계적으로 유명한 원조발리만 아는 관광객들은 오지 않고 아는 사람들만 찾아오는 곳이란다. 하지만 우리는 사람들로 붐비지 않아서 더욱 태고적 신비를 누릴 수가 있었다.
돌아오던 22일은 스페인과의 4강전, 경기가 시작되려면 아직도 8시간이나 남았는데도 시청앞은 이미 길이 보이지 않는다. 그 새빨간 물의 인간파도를 타고 목적지를 향해 걸어가면서 나는 한국의 미래를 그리고 희망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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