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국에 계시는 시부모님께서 다녀가시면서 손바닥만한 정원에 밭을 일궈 배추니, 상추니, 호박, 콩 같은 야채 씨들을 잔뜩 뿌려 주고 가셨다. 씨를 뿌린지 2주쯤 지나서는 여기 저기서 싹들이 올라 오기 시작했다. 키워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작고 예쁜 떡잎들이 고개를 쑥 내밀고 올라 오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얼마나 대견한 지 모른다.
그런데 어느날 잎들에 벌레가 먹은 흔적을 발견하기 시작했다. 또 어떤 싹들은 몽땅 없어지기도 했다. 처음에 벌레들이 먹는 걸 알았을 때, 벌레들이랑 나눠 먹지 뭐, 얘들아, 우리 먹을 것도 좀 남겨 놓아라 하면서 호기를 부리던 남편도, 호박이랑 콩 싹들이 거의 다 없어져 갈 무렵이 되어서는 어떤 놈인지 잡아야 겠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그러던 어느날 이른 아침, 별러서 일찍 밭으로 나갔을 때 난 몇 마리의 달팽이를 발견할 수 있었다. 아! 역시 달팽이였구나. 미국에는 달팽이가 많고 이로 인해 피해가 많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설마 했던 것이다. 이때부터 우린 밤마다 손전등을 들고 달팽이를 잡아내어 담 넘어로 옮겨내고, 인터넷을 뒤지며 달팽이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했다.
달팽이는 겨울이 지난 봄, 비가 오거나 물기가 많은 때, 해가 지고 2-3시간이 지난 후부터 활발한 활동을 하며, 여린 잎 채소, 곡류 등을 좋아하지만 특히 딸기랑 맥주(!)를 좋아 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맥주? 이 아까운 맥주를 하면서 미끼로 맥주를 밭에 두고 난 다음날 아침. 이미 많이 잡아내서 그리 많지도 않은 달팽이들이, 그것도 이젠 잠을 자려고 여기저기로 모습을 감추어야 할 아침에, 큰 놈 작은 놈들이 맥주를 담은 통 주변에 있었고, 그리고 정말 한 놈은 그 통 안에서 열심히 맥주를 먹고 있는 것이었다! 하하. 그 맥주 먹는 모습이 얼마나 귀여웠던지. 하지만 맥주가 달팽이에게 유해할 지도 모른다는 얘길 듣고 나서 부터는 맥주도 놓지 않고 또 예전처럼 새벽, 밤마다 전투적으로(?) 달팽이를 잡아내지도 않는다. 많이 없어졌기 때문에 귀찮아 지기도 했고, 다시 호기를 부릴 만큼 여유로워 지기도 했기 때문이다. 얘들아, 양 껏 먹 지 말고, 양심 껏 먹어라~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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