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의 상항 한국학교가 지난 17일로 개교 30주년을 맞았다. 1973년 5월 17일 동교는 미 서부지역에서는 하와이 다음으로 설립됐고 미 전국에서도 30년이 넘은 한국학교는 5개에 불과하다.
82년에 동교 교사로 부임, 87년에는 교장에 취임하는 등 21년째 재직중인 이경이 교장은 "초창기 설립자들의 공헌과 모든 동포들의 성원으로 30주년을 맞은 것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73년 개교 당시 8대 한인회(회장 문충한) 교육부장으로서 학교설립의 산파역을 맡았던 인진식 전 한인회장도 "고사리손들을 모아 학교를 시작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30년이 지났다는 것에 감회가 깊다"면서 "당시 학생들이 커서 결혼했고 지금도 한국말로 인사할 때는 무한한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73년 당시 인회장은 상항총영사관의 윤찬 총영사와 협력, 매디슨 스쿨에 ‘상항한인학교’라는 이름으로 학교를 열었다. 개교 당시 신경자, 이제남, 홍춘자, 전옥희, 황정윤, 박영자씨 등 10명의 교사들이 학생들을 지도했다.
한국학교가 처음으로 생기자 인기가 대단했다고. 이스트베이는 물론 멀리 산호세에서까지 자녀를 데려오는 부모들도 있었다. 초창기 토요일마다 오전 9시부터 1시까지 수업을 실시했다.
동교는 84년 현재와 같이 ‘상항한국학교’로 명칭을 바꾸었고, 지난 30년동안 몇차례의 고비가 있었지만 한번도 학교를 중단하지 않았고 매년 학예발표회를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학교건물이 없어 현재의 97년 현재의 로웰고로 오기까지 30년 동안 학교를 10번이나 옮겨다녀야 하는 등 ‘셋방살이’의 설움이 컸다고 이경이 교장은 토로했다.
"빌려 쓰는 교실의 물건이 분실됐거나 파손된 책임은 모두 한국학교로 돌아왔다"고 회상한 이교장은 "학교를 빌려주지 못하겠다는 미국학교 교장을 찾아 애걸할 때의 슬픔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고.
특히 90년 학교를 빌리지 못해 3주나 새학기 개학이 늦어졌을 때는 "애간장이 타고 파산한 느낌이었다"고 이교장은 털어놓았다. 97년 SAT II 시험과목에 한국어가 채택돼 한국어 학습열기가 일어났을 때 200명에 달했던 동교의 재학생은 여기저기 우후죽순격으로 한국학교가 난립하면서 줄었지만 현재의 160명 수준을 고수하고 있다.
성년이 된 상항한국학교의 미래에 대해 이교장은 "한국학교를 졸업한 2세들이 커서 교사가 되어 자기 자녀들을 가르칠 수 있는 기틀을 세워놓겠다"고 말했다.
인회장은 "난립한 한국학교들이 통폐합돼야 학교건물도 마련할 수 있다"면서 "이사회가 재정을 튼튼히 해서 교사들은 교육에만 전념할 수 있는 체제가 확립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상항한국학교는 오는 6월 7일 오후 6시 30분 샌프란시스코 카운티 페어 빌딩에서 30주년을 기념하는 모금만찬 행사를 갖는다.
<한범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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