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휘의 물끄러미
대부분의 포장 식품에는 유통기한이 있다. 제조일로부터 언제까지 먹어야 괜찮다는 권고이자, 그 이상 시간이 지나면 상하게 된다는 경고다.
우리는 유통기한을 넘긴 음식을 먹지 않는다. 이런 표시가 없는 시장 음식은 냄새나 색깔로 확인해보고 조금이라도 미심쩍으면 안 먹는다.
이런 당연함도 눈으로 먹고 마음으로 소화하는 TV 드라마에서는 종종 씨도 안 먹힌다. ‘엿장수 맘대로’다. 1년이 넘게 시청률 최고를 기록해온 MBC <인어 아가씨> 이야기다. 오는 6월 27일 ‘진짜’ 종영한다는 이 드라마의 문제를 나는 유통 기한이라고 못박아 말하고 싶다.
알다시피 <인어 아가씨>는 이미 몇 차례 대본을 고무줄처럼 늘리며 연장 방영을 거듭해왔다. 최근에는 일찍이 해피 엔딩에 당도한 아리영의 과거를 황당하게 들춰내며 등장한 제3의 여인 때문에 네티즌들이 드라마와 작가를 규탄하며 대규모 사이버 시위를 벌이는 새로운 현상까지 생겨났다.
이에 제작진은 말한다. 임의로 내가 질문하고 언론에 인용된 제작진의 말을 답변으로 재구성해보자.
종영론이 만만치 않은데? "일부일 뿐, 다수 시청자는 잘 보고 있다." 질이 낮다는 비판이 있는데? "그럼 왜 그렇게 많이 본단 말인가." 제작진에겐 오직 높은 시청률이 ‘정답’이다.
연장 방영에 대해선 "드라마 기획할 때 파트 1, 2가 있었다"는 설명과 함께 "시청자 반응에 따라 유동적인 것이 일일드라마"라는 입장 표명이 뒤따랐다.
성난 네티즌들도 연장 방영보다는 "내용이 문제"라는 듯 싶다. 언뜻 보면 <인어 아가씨>의 작품 완성도를 둘러싼 제작진과 시청자의 싸움 같다.
내 생각은 다르다. 한국의 TV 드라마는 언제부턴가 시청자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에 힘입어 죽기로 돼 있던 주인공이 살아나는 ‘기적’이 습관처럼 반복됐다.
제작진은 그런 간섭을 ‘기쁘게’ 받아들이며 대본을 바꾸거나 덧붙이며 시청률 유지를 택했다.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쿵짝짝’이었다.
이런 ‘결탁’ 때문에 너도 나도 원칙 없는 연장 방영이라는 핵심 문제를 제대로 지적하지 못하는 게 아닐까. 작가 개인만 흠잡는 시위 방식도 효과적일까 의문이다.
요컨대 소비자가 원해도 유통 기한을 늘릴 수는 없는 법. 제조 단계에서 이미 최적의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유통 기한은 정해진다.
그러니 TV 드라마여, 출시할 때 유통기한 표시 팍팍 하고 제발 좀 지켜라! 높은 인기에 몸둘 바 모르겠거든, <인어 아가씨2> 만들어라.
3개월 주기를 지키고 연장방영 안 하는 일본 안방극장은 괜히 그러는 게 아니다. 한때 유행했던 ‘박수칠 때 떠나라’는 말을 이젠 TV 드라마에 적용할 때다.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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