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5년 등재 당시 200마리… 현재 450-600마리 추산
1996년이래 사망률 4%이하, 번식률은 7%로 ‘회복’
이달 말 초안발표 90일간 공청회 거쳐 내년 초 확정
“보호책 허술, 리스트서 제외는 시기상조” 지적도
기분이 안 좋은 상태의 회색곰을 맞닥뜨리면 여간 겁나는 일이 아니다. 900파운드에 몸을 치켜 세우면 키가 9피트나 되니 그럴 만도 하다. 발톱이 5인치나 된다. 사람은 회색곰(Grizzly) 앞에서 오금을 펴지 못할 정도로 겁을 먹지만 회색곰은 인간이 총을 들지 않는다면 겁을 내지 않는다. 그러나 사람들이 무리 지어 곰의 서식지를 침범하면 곰도 겁을 내지 않을 수 없다.
시사주간지 ‘타임’ 최근호가 보도한 곰 얘기다. 미 서부지역에는 수많은 곰들이 평화롭게 살았었다. 그런데 백인 개척자들이 들이닥치면서 곰의 수가 급감했다. 아직 알래스카, 캐나다에 수천 마리가 살고 있지만 그 수는 점차 줄어들었다. 그래서 곰을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1975년 연방차원에서 제정된 멸종위기동물보호법에 따라 곰 보호 작업이 본격화했다.
그런데 이 달 초 환경보호단체인 시에라 클럽과 자연자원보호위원회가 펄쩍 뛰었다. 옐로스톤 국립공원에 있는 곰을 보호대상에서 제외시키자는 움직임이 일었기 때문이다. 연방 어로 및 야생동물 서비스가 이러한 캠페인을 전개할 것이 분명해졌으니 말이다. 국립야생연합회도 이 캠페인을 지지하고 나섰다. 곰이 많아졌기 때문에 더 이상 멸종 위기 운운할 필요가 없으며 리스트에서 빼야 한다는 게 이유다.
사실 1975년 회색곰이 리스트에 오를 때는 옐로스톤 지역에 200마리 정도가 살았었다. 그러나 지금은 옐로스톤이 있는 와이오밍뿐 아니라 인근 몬태나, 아이다호지역에까지 퍼져 있다. 450내지 600마리가 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멸종위기든 위험상태든 특정동물을 분류하는 것은 이들을 일정 수준으로 끌어올리려 함이다. 그리고 어느 정도 안정권에 들었다 싶으면 리스트에서 제외시키는 것이다.
보호단체들은 회색곰의 경우 새끼 낳는 암컷을 적어도 15마리 필요로 했다. 그런데 이 암컷이 지난 6년간 매년 평균 40마리를 넘어섰다. 게다가 이들 암컷은 옐로스톤 공원에만 머무는 게 아니라 인근 지역까지 옮겨 다니면서 새끼를 낳았다. 1996년이래 곰의 사망률은 4%이하였는데 수적 증가율은 지난 수년간 7%에 달했다. 멸종이나 위기종이란 딱지는 더 이상 어울리지 않게 됐다.
곰의 사망률 감소는 인간과 곰의 접촉을 최소화한 덕이다. 양을 방목하는 지역이 점점 넓어지면서 곰의 영역까지 갉아먹었다. 문제는 양을 방목하면서 인간의 발길이 잦아들게 되고 많은 먹을 것들이 곰의 입맛을 댕겼다. 또 엘크 사냥꾼들이 남긴 음식들이 곰을 유혹했다. 곰이 사람이 있는 곳에 접근하면서 차량이나 사람의 총에 숨지는 경우가 증가한 것이다. 이제 양 방목도 점진적으로 축소됐다. 아울러 음식 남기지 않기, 사냥한 동물 버리지 않기 등 사냥 규정도 까다롭게 되면서 곰과 사람의 접촉이 뜸해졌고 이로써 곰의 사망률도 줄었다.
회색곰을 리스트에서 제외한다고 해도 보호규정이 한순간에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채광, 벌목 등에 대한 제한 조치가 완화되는 정도일 것이다. 아이다호, 몬태나, 와이오밍은 당장 곰 사냥 시즌을 계획하고 있지 않지만 조만간 발표되면 사냥꾼들이 기를 펼 것이다. 그러나 곰의 수가 현저하게 줄어든다면 곰을 다시 리스트에 올려놓게 될 것이다.
하지만 곰을 멸종위기 리스트에서 제외하는 데 반대하는 사람들은 심드렁하다. 곰 수가 많아졌다고 해서 방심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응급상태’에서는 나왔지만 아직도 적절한 관리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냥꾼에 대한 조치도 미흡하고, 곰들을 제대로 모니터하지도 못하고 있다고 한다. 또 벌목 등을 마구 하다보면, 나중에 곰을 다시 멸종 위기 리스트에 올리더라 곰이 먹을 게 줄어들어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곰을 멸종위기 리스트에서 제외하는 과정은 이렇다. 이달말 초안이 발표되면 90일간 공청회가 열린다. 그리고 여론을 수렴해 안을 확정한다. 그러면 내년 초부터 옐로스톤의 회색곰은 리스트에서 빠지게 된다. 미국의 국장인 흰머리 독수리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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