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지애나 베이튼 루즈를 지나는 10번 프리웨이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월마트. 이 곳은 하루 24시간 오픈했었다. 그러나 더 이상 그렇게 하지 않고 있다. 오후 10시엔 문을 닫는다. 속옷, 샐러드, 비누 등을 채워 넣느라 온종일 문을 열 수가 없다. 수만 명의 새 주민들이 몰려들어 물건이 순식간에 매진되기 때문이다. 평소 밤늦은 시간에 샤핑을 하던 ‘토박이’ 주민들에겐 불편하기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셔우드 포리스트 블러버드에 있는 ‘와플하우스’ 종업원들은 선불을 원칙으로 한다. 이는 최근의 일이다. 손님들이 식당에 들어와 와플이나 햄버거를 시켜 먹고는 그냥 사라져버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해 하는 수 없이 취해진 조치라고 뉴욕타임스가 최근 보도했다.
인근 안전지역에 수만 명 대피, 월마트 북새통
식당서 돈 안내고 줄행랑 다반사, 선불제 도입도
베이튼 루즈, 하루 교통사고 90여건 평소의 2배
오후 시간대 3마일 주행하려면 1시간10분 각오해야
허리케인으로 빚어진 진풍경이다. 텍사스 매그놀리아에 론다 레드먼은 13명의 옷 세탁을 도맡아야 한다. “주여 제게 자비를 베푸소서!” 하고 미소를 짓는다. ‘방 넷, 침대, 아침 제공’을 내건 레드먼의 ‘현주소‘다.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루이지애나, 미시시피 일대를 휩쓸고 간 뒤 한 달. 소위 안전지역에는 피해지역 주민들이 대거 몰려왔다. 셸터에 숙박하고 있는 피해자들은 약 7만 명. 나머지 주민들은 호텔, 임시 아파트, 남의 집 등에 머물고 있다. 시정부는 물론 시 전체가 고도의 스트레스 속에 지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베이튼 루즈에 사는 윌리엄 토마스(38)는 피해지역에 살던 가족 7명을 받아들여 같이 지내고 있다. 세일즈업에 종사하는 그는 이제 서서히 생활이 엉망이 돼 가고 있음을 느끼고 있다. “식품점에 가서도 평소 20분이면 일을 보았는데 이제 2시간은 족히 걸린다. 계산대에 사람들이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다른 일에 시간을 쏟아야 하는데 그게 여의치 않다.” 토마스는 그리고 “내 침대에서 자고 싶다”고 덧붙였다.
걸프지역 피해자들을 위해 안전지역 주민들은 이웃사랑을 실천했다. 친지는 물론 생면부지의 피해자들도 집으로 들여 임시거처를 만들어주었다. 잠잘 곳을 마련해 주고, 길거리에서 줄을 서 구호성금을 냈다. 미장원에서는 무료로 머리 손질을 해주었다. 저녁을 무료로 대접하는 식당도 생겨나고, 에어 매트리스를 무료로 제공하는 업체도 있었다. 학교들은 새 학생들을 잘 보살폈다.
그러나 관대하던 이들이 점점 지쳐가고 있다. 교통지옥에 인구 집중은 지역 주민들의 불쾌지수를 높여갔다. 허리케인 피해자들에 대한 환대도 부분적이긴 하지만 수그러들었다. 인간애로 피해자들을 받아들였으나 금방 텅 비는 냉장고, 빡빡한 살림, 쌓이는 닦을 접시들 등등. 새로운 상황을 참는데 한계를 느끼는 주민들이 늘고 있다.
베이튼 루즈에서 교통사고는 2배로 늘었다. 하루에 90건이 넘는다. 오후 시간대에 3마일 주행하는데 1시간10분이 걸린다. 대형매장인 월마트도 수요를 적시에 충당하지 못한다. 월마트 대변인 샤론 웨버는 “매일 크리스마스 같다”고 했다. 수주일 내 다시 ‘온종일 오픈’으로 돌아갈 계획이다. 피해자들도 불만이 없는 것은 아니다. 베이커 엘리스는 신문에 아파트 입주자를 구한다는 광고를 보고 찾아갔더니 뉴올리언스 출신은 받지 않는다고 했다고 불평했다.
루이지애나 해몬드에 사는 엔젤 베스는 무척 분주하다. 올케, 시어머니를 비롯해 시동생과 그의 가족들을 보살펴야 할 입장이다. 조금 특별한 음식을 만들라치면 “그것은 싫다”는 목소리가 들린다. 그러다 보니 무난한 음식이 반복된다. 햄버거가 만만하다. 그렇다고 모든 것을 잃은 피해자들에게 “차려주는 대로 먹을 일이지 무슨 말이 그렇게 많은가” 하고 화를 낼 수도 없고, 답답하기만 하다.
루이지애나 슬리델에서 피난 온 낸시 더햄은 이 집 저 집 옮겨다녔다. 마지막으로 친구 데브라 카핀터가 방 두개짜리 집에 살면서도 그녀를 너그럽게 받아주었다. 더햄은 이 집에서 색다른 일을 하고 있다. 이 집에 개가 5마리나 있다. 이들을 잘 관리해야 한다. 개들 가운데 ‘대장 격’인 그레이트 데인의 심기를 잘 헤아릴 줄도 알아야 한다. 처음엔 어려웠지만 하루하루 지내면서 정이 들어가고 있다고 한다.
멤피스의 집에서 다른 피해 주민들과 지내는 얘나 윌리엄스(28)는 퍽 행복하단다. 두 번 생각할 것도 없이, 불우한 이웃에게 도움을 주는 일에 만족해한다. 방 두개인 집에는 허리케인 피해자가 23명 살고 있다. “이들은 비극을 겪었지만 우리 가족들은 아무런 피해도 입지 않았다. 이들을 돌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윌리엄스는 이웃을 조금이라도 편안하게 하는 일에만 신경을 쓴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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