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수성가한 변호사·표정 없는 얼굴·남북전쟁·피살…
딱딱하고 우울한 이미지
TV에 해설자로 자주 등장하는 인기 여류역사가 도리스 구드윈은 케네디, 존슨 전 대통령의 보좌관이었던 리처드 구드윈과 30년간 결혼생활을 해 왔다. 그러나 지난 10년간 그녀는 ‘다른 남자’와 생활했다. 그녀의 말대로 “아브라함 링컨과 살았다.” 링컨은 매력과는 거리가 먼 사람으로 인식된다. 그러나 구드윈은 링컨에 매료돼 지난 10년을 링컨의 삶과 리더십을 천착하는 데 보냈다. 링컨의 개성과 그의 실용주의적 정책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한 구드윈의 916쪽짜리 책 ‘Team of Rivals: The Political Genius of Abraham Lincoln’이 새로 나와 화제를 모으고 있다고 USA투데이가 최근 보도했다. 보스톤 교회의 150년 된 구드윈의 농가에는 링컨과 관련된 자료가 수북하다.
퓰리처수상 역사가 새 책서 유머 아는 ‘인간 링컨’에 초점
1857년 48세 연방상원 출마 때 수염 안 기른 모습 “섹시”
미공개 일기·편지 토대로 부인 메리와의 신혼 이야기 전해
스필버그 감독, 영화화 판권 구입 주연배우도 이미 정해
구드윈이 가장 좋아하는 링컨의 사진은 1857년 턱수염을 기르기 전의 모습을 찍은 것이다. 당시 링컨은 48세. 일리노이 주에서는 떠오르는 정치 스타로 주목받았지만 연방상원의원 선거에 출마채비를 하고 있을 때다. 수염을 말끔히 깎은 링컨의 당시 모습에 대해 구드윈은 “열정적이고 섹시하다”고 자신의 책에 기록했다.
링컨을 사랑한 것은 구드윈 뿐이 아니다. 스필버그 감독도 마찬가지다. 이미 구드윈의 책 내용을 영화화하기로 결정하고 판권을 구입했다. ‘쉰들러스 리스트’(Schindler’s List)에 나온 리암 니슨이 링컨 역을 맡을 예정이다.
링컨에 관한 책은 역대 대통령에 관한 서적가운데 가장 많다. 2위인 조지 워싱턴이 805권인데 링컨은 1,191권이나 된다(토마스 제퍼슨 613, 케네디 534, 클린턴 404, 아들 부시 337, 시어도어 루즈벨트 317, 프랭클린 루즈벨트 308, 레이건 288, 그랜트 256권). 개중에는 링컨의 우울증이나 성적 편력을 다룬 책들도 있다. 구드윈은 트립이 올해 초 출간한 ‘The Intimate World of Abraham Lincoln’에서 언급한 것과 달리 링컨이 동성애자라는 내용을 입증할 만한 자료가 없다고 반박했다.
구드윈의 도서관은 차 3대가 들어 갈 수 있는 자택 그라지. 그라지를 개조해 만든 도서관 벽은 책으로 둘러싸여 있다. 바닥에서부터 천장까지 링컨 관련 서적들이다. 구드윈은 링컨과 관련해 수많은 자료가 있지만 ‘양날의 칼’이라고 했다. 일부만 보면 링컨의 제대로 된 면모를 파악할 수 없다. 한쪽으로 쏠릴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자료를 읽는데 수개월이 소요됐다. 특히 일기, 편지, 구전돼 온 링컨 관련 기록 등은 너무도 값진 자료다. 소중한 미국 역사를 읽다보면 링컨과 함께 사는 것과 같은 느낌이 든다.”
애당초 구드윈은 링컨의 결혼에 대해 쓰려고 했었다. 사실 1995년 퓰리처상을 받은 것도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 부부의 결혼 생활을 다룬 ‘No Ordinary Time’의 작품성이 인정받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링컨 부부의 얘기는 달랐다. 링컨의 부인 메리 링컨은 루즈벨트의 부인 엘리나와 판이했다. 메리는 어린 아들 셋을 질병으로 잃었다. 그리고 처참한 남북전쟁을 겪어야 했다.
결국 구드윈은 링컨을 여러 각도로 조명하게 됐다. 1860년 공화당 대선 후보지명 경선에서 링컨과 경쟁한 윌리엄 시워드, 새먼 체이스, 에드워드 베이츠 등 3명의 후보들과 링컨을 비교하면서 이들의 입장에서 링컨을 들여다보았다.
이들 후보는 모두 링컨보다 교육을 잘 받았고 지명도가 높았으며 정치 경험이 많았다. 또 독학으로 변호사가 된 링컨을 무시한 점도 동일했다. 이들 세 후보는 나중에 링컨 행정부의 각료로 입각했다. 링컨이 당의 단합 차원에서 이들을 중용한 것이다.
구드윈은 링컨 행정부의 장관들의 아내, 딸들로부터 받은 링컨의 편지와 일기를 상당수 확보했다. 이들을 토대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여기에는 링컨의 사생활의 단면이 소상히 묻혀 있다.
구드윈이 만일 영부인 메리와 직접 인터뷰를 할 수 있다면 당시 링컨이 활달하고 정치에 관심이 많은 메리에게 어떻게 구애를 했는지 물어보았을 것이다. 보통 링컨 부부의 슬픈 시절이 일반에게 잘 알려져 있는 반면 결혼 초기의 ‘밝은 시절’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알려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또 구드윈은 “링컨을 직접 만날 수 있다면 링컨의 유머에 대해서 보다 상세히 물어보았을 것”이라고 했다. 엄숙하고 다소 우울해 보이는 링컨의 이미지를 바꿔보고 싶은 마음에서다. 직접 만나지는 못하지만 자료를 통해 이들과의 간접대화를 시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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